글 & 자료.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정리 & 편집. 이현준 에디터
시골집에 대한 고민
시골주택은 도시와 다른 컨텍스트의 영향을 받는다. 그 영향은 형태뿐 아니라 외부 공간과 배치에서도 드러나고 심지어 그 집에 살아가는 사람들조차도 영향을 받게 된다.
지안이네는 1년 반 전 우리에게 부모님집을 설계 한 후 다시 찾아온 두 번째 시골 주택 프로젝트였다. 여러 가지 조건으로 인해 외형은 다르지만 마당과의 관계성을 중요시 했던 첫 번째 프로젝트와 같은 맥락으로 진행되었고, ‘사람이 공간에서 살아가는 방식 역시 하나의 컨텍스트로 작용한다’라는 개념을 일깨워 준 사례다.
ㄷ자형 배치
아파트에 익숙했던 이들이 단독 주택에 지내게 되면서 가장 걱정하는 것은 안전이다. 마당을 갖는다는 것은 외부의 간섭을 받을 수 있는 일이고 안전과 직결된다. 건축주 역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었고 오각형의 대지 형상을 따라 자연스레 건물이 자리 하게 되었다. 아늑하고 안전한 마당을 갖기 위해 중정형 주택이 되었고 동쪽에 위치한 지안이네 외갓집과의 관계로 인해 ㅁ자가 아닌 한쪽이 열린 ㄷ자 형태의 배치가 되었다.
낮은 집
도시주택은 택지의 면적이 시골보다 상대적으로 작다. 높은 밀도 속에 빼곡히 들어선 주변 컨텍스트와 반응해야 하고 높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기에 도시주택은 긴장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에 반해 시골집은 낮은 밀도와 높이로 인해 여유가 생긴다. 자연스럽게 건물의 높이는 높이지 않으려 하고 지형의 레벨을 최대한 이용해 낮은 집이 되고자 한다.
특히 외부에서 바라 볼 때 대지를 가득 채운 집의 볼륨은 자칫하면 주변과 어울리지 않고 위화감을 줄 수 있어 좁은 도로와 접해 있는 별채는 최대한 낮고 완만한 경사를 가진 지붕으로 도로폭에 맞는 스케일로 계획해야 했다.
별채, 마당 그리고 마루
주택에 있어 외부 공간과의 관계는 집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별채와 이어진 짧은 회랑은 단순한 이동통로로써의 개념을 넘어선다. 사람들이 그 공간에 채워졌을 때 별채의 툇마루, 평상과 연결된 회랑에 반응한다. 단순히 비를 맞지 않고 이동하는 공간이 아닌 행위의 공간으로 사용 되어지는 것이다.
외부 마당의 레벨은 약 0.8미터 정도의 차이를 갖고 형성되며 이것은 별채 공간과 마주하고 있는 정주 공간 사이에 위계를 형성하게 된다. 외부인이 내부로 진입했을 때 별채로의 접근은 조금 더 수월하지만 주거동으로의 접근은 심리적으로 쉽지 않도록 도와준다. 각각의 공간은 툇마루와 평상을 통해 내외부 공간의 흐름을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연결해주고 언제든지 시선을 교차 할 수 있으며 집안 어디에서도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주방이 중심이 되는 집
주방은 집의 중심에 위치하고 레벨은 별채의 레벨과 동일하다. 집의 모든 곳을 바라 볼 수 있는 구조여서 마당에서 노는 아이를 지켜 볼 수 있고 별채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것들도 볼 수 있다. 집안 내부도 볼 수 있다.
거실은 주방 위로 적층돼 있으며 복층의 구성을 띄고 있어 주방과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식탁 앞쪽 공간은 스탠드 형식의 계단으로 구성돼 수납을 용이하게 하고 마당의 툇마루와 연결돼 외부 공간으로 확장성을 더해준다. 이집에서의 주방은 단순히 요리하고 식사하는 공간이 아니라,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며 때로는 응접실 역할도 하는, 다른 여러 행위들이 수반되는 복합적인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된다.
중목 구조와 경량목 구조의 혼합
목구조를 선호했던 건축주의 요구에 따라 곡선 형태와 넓은 개구부를 갖고 있는 조건에서 중목 구조는 필연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방식이었다. 경량목 구조에서는 이 곡선형태의 공간과 넓은 개구부를 온전히 형성할 수 없었기에 중목 구조와 혼합된 경량목 구조를 쓰게되었고 중앙 곡선 구간과 다락, 그리고 용마루 부분은 온전히 중목 구조가 적용됐다. 중목 구조의 기둥과 보는 내외부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경량목 구조의 서까래는 외부에서 노출돼 집이 갖고 있는 따뜻한 느낌을 한층 더한다.
현대 사회에서 도시와 농어촌 주택의 경계를 짓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분명 많은 차이점이 존재 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공간을 대하는 삶의 자세가 다른 것 같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 외침에 주목하고 그 마음에 귀기울이려 노력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