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소하 건축사사무소 SoHA Architecture
진월재는 소하건축이 두 번째로 계약한 프로젝트다. 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완공한 집도 없었지만 다른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확인한 후 상담을 요청받았다. 아산시 현장의 대지 상황과 집에 대한 상의를 남편분과 하게 되었고, 여유있는 진행을 원하는 의뢰인의 부탁으로 다른 프로젝트와는 달리 10개월이라는 긴 설계기간을 가졌다.
건축주는 단독주택이지만 프라이버시가 확보되는 집을 원했다. 단열과 방수가 잘 되면서 볕도 많이 드는 공간도 필요했다. 화려하기보다 따듯하고 편안한 집, 손님이 방문했을 때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은 쉼터 공간을 기대했다. 또한 차고에 폴딩 도어를 달아 마당과 연계된 차고와 부부가 2층 발코니에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우리는 애초에 건축주 요구에 충실히 응답하기 위해 밝고 아늑한 집을 계획했다. 마당을 감싸는 형태로 배치했고, 후정을 두어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 외부공간을 두었다. 서재 공간은 문 없이 단차만으로 거실과 공간적으로 분리를 했고 박공 지붕 모양으로 개구부를 디자인해 집 속의 작은 집처럼 아늑한 느낌을 지닐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내부에는 열린 공간을 두 군데 두어 2층 복도를 지날 때 이런 열린 공간 모두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서재 공간의 경우 좁지만 층고가 높아 개방감을 높였고, 거실의 경우 가족실과의 시각적, 공간적 연계성을 높이고, 2층에서도 빛을 받도록 하여 밝은 공간으로 느낄 수 있도록 의도했다. 집 정면에 진입하는 도로가 있지만, 뒤쪽에도 학교와 인도가 있어 북측의 입면 도한 단조롭지 않은 형태가 되도록 신경을 썼다.
차고와 본동을 연결해 마당을 감싸는 배치를 이끌어내 집이 위용감을 갖도록 노력했다. 서재 한 면은 아라우코 목재로 마감했는데 거실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공간 안에 들어왔을 때 반전을 줄 수 있는 요소로 기능하게 했다. 서재 눈높이에 가로로 긴 창을 두어 후정을 바라볼 수 있고, 짧은 시선이지만 담 너머의 차와 도로, 사람들에게 벗어나 아늑하고 정돈된 외부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쾌적한 실내 환경을 바랐던 건축주의 소망에 맞춰 환기와 채광에 특히 섬세하게 신경썼다. 집 안에 바람 길이 생길 수 있도록 방과 복도 사이, 거실과 서재 사이, 안방과 파우더룸 사이 등 환기와 통풍이 막힘 없이 가능하도록 했다. 북쪽의 천창을 열면 여름철 더운 공기가 이를 통해 빠져나가 실내가 쾌적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안방과 거실이 1층에 함께 있어, 화장실 위치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거실과 가까우면서 안방에서 바로 쓰기 편하고 손님 또한 거리낌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건식 세면대를 설치했다. 2층에는 간접 조명을 계획해 박공 지붕에 맞춰 천장을 시공하려고 했는데 릿지빔으로 구조가 튀어나와 지붕과 동일한 경사로 천장을 완성하기 힘들었다. 경사가 만나는 부분에 빔을 드러내기 보다 단순한 요소로 만나는 디자인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 지붕 경사각과 조금 다른 새로운 천장 각을 다시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릿지빔도 가리고 보기에도 심플한 천장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