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제이엠와이 아키텍츠 JMY architects 정리 & 편집. 김윤선 에디터
산과 물과 하늘이 만나는 곳
대지는 전면인 서남향으로 청계 저수지가 있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대지로부터 약 800~900m 정도 거리에 위치한 청계계곡 뒤쪽의 이 산들은 지리산의 자락으로 힘 있게 하늘로 뻗어 첩경을 이루고 있으며, 호수는 이 힘을 받아 주듯 유유자적하게 대조적인 모습을 이룬다. 대지 앞의 호수는 인공 저수지로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경관 요소이다. 그래서인지 마치 신도 예측할 수 없었던 곳인 것처럼 더욱 더 극적이고 신비한 우발적 경관이 이곳을 중심으로 연출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일 천상의 호수가 존재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이 경관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근심 걱정은 이미 저 산 너머로 사라진지 오래일 것이다.
계절 변화와 자연현상이 한눈에 보이는 곳
호수 중심으로 펼쳐지는 경관은 아주 뚜렷한 사계절의 변화를 제공한다. 계절의 변화에 따른 다채로운 색깔, 온도와 습도, 건기와 우기, 눈과 비와 같은 인간의 감각기관과 직결되는 자연 현상을 가능한 한 건축에 담아내고 느껴보고자 여러 계절의 변화를 관찰하며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개입방법과 원칙을 세우고 설계를 시작했다.
경계와 틈 :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망
이곳은 몇몇 이웃만 있을 뿐, 정치나 사회적 이슈로부터 자유로운 곳이다. 오직 인간과 자연과의 대화만이 간절할 뿐. 그 대화의 방법으로써 인간과 자연이 만나는 ‘경계’에 대한 해석, 즉 땅, 벽, 담, 개구부, 조경 등 건축의 경계를 형성하는 일반적인 요소들을 재해석하여 단절이 아닌 소통하는 구조체로 만들었다. 또한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자세와 관점 측면에서 다양한 종류의 ‘틈’을 만들어, 그 틈을 통해 안과 밖, 인간과 자연이 소통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조경적 건축 : 장소로서의 건축
첫 번째 조경 소재는 바로 주변 경관이며, 두 번째는 주어진 땅과 경계면이다. 땅과 연관된 모든 요소(지형, 식재, 바닥, 담, 길, 벤치 등)는 조경적이며 건축적인 구조체로 공간화하여 새로운 경관과 기능을 만드는 동시에 장소성을 제공한다.
담의 건축 : 유기적 요소
담은 공간 분리의 기능 이전에 경계와 관계 형성의 중요한 공간 전이 요소이다. 이 계획에서 담은 단순히 담일 수도, 건물의 벽일 수도, 외부 공간 형성을 위한 분리대일 수도 있고, 소통을 위한 디딤 목일 수도, 길과 벤치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집의 구조체가 되기도 한다.
판의 건축 : 공간 구조의 원칙
이 집은 벽에 구멍이 없다. 즉, 일반적인 창과 문과 같은 개구부가 없다. 오로지 벽이라는 수직 판과 슬라브라는 수평판이 공간과 만나면서 ‘트임’이라는 사이 공간을 형성한다. 평면적 트임은 동선이 되고, 입면적 트임은 공간 사이를 드나들 수 있는 개구부 역할을 하게 되어 복잡한 기능과 공간 구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단순화시킨다.
자연 속에서의 삶
도시를 벗어나 삶이 자연에 노출되면 흔히 전원생활, 귀농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집은 단순히 전원생활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멋을 아는 젊은 부부와 자녀들에게 자연 체험 생활과 치유의 시간을 제공한다. 또한 많은 이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과 자연 속 삶의 멋을 알리는데 목적을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