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윤선 글 & 자료. 구보건축사사무소
1인 가구의 함께 사는 방식
청운광산은 사업시행자인 서울소셜스탠다드와의 협업으로 서울시의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의 첫 번째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1인 가구가 지배적인 밀레니얼 세대의 변화에 주목해 그들이 소구하는 주거유형 실험을 중요한 가치로 삼았다. 최근의 청년들에게 주거공간은 사적인 공간이면서 동시에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느슨하게 연대하여 공동체를 이루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의 높은 주거비로 인해, 혼자 거주할 때는 누릴 수 없는 다양한 편의 공간들을 함께 살면서 나누어 공유하는 가능성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이러한 ‘따로 또 함께 사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었다.
대지의 위치는 청와대 인근의 궁정동으로, 남쪽으로 무궁화공원과 청와대 사랑채, 북쪽으로 북악산, 서쪽으로 인왕산의 풍경이 조망되며 동쪽으로는 청와대가 자리하는 서울에서 만나기 어려운 특별한 환경에 건물이 놓이게 되었다. 서울의 최중심지에서 임대료를 최대한 낮추어 사회주택의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개별 거주공간의 면적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물리적인 면적은 부족하지만 감각적으로 풍요로운 거주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주변의 근사한 풍경이라는 주어진 자원을 실내 공간으로 적극적으로 끌고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극도로 제한된 건물의 볼륨 안에서 공간 확장의 가능성을 지닌 계단실과 누크nook, 그리고 함께 쓰는 주방에서 외부로의 조망을 최대한 확보해 비좁은 집 내부에서 감각적으로 여유로움을 누릴 수 있는 공유공간을 의도했다.
우선 1층과 지하 1층 근린생활시설에 친환경 발효식품을 메인으로 다루는 카페 겸 식당을 계획과정에서 섭외했다. 이 주택과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며 일종의 커뮤니티 라운지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나머지 3개 층에는 총 11명이 거주할 수 있는 11개의 방이 자리한다. 이 방들을 연결하는 계단실은 중간에 누크를 설치해 수직적인 동선의 연결과 입주민들의 휴식과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하였고, 최상층에는 경사 지붕 아래 높은 천장고를 지니는 주방을 두었다.
지하 1층, 지상 4층의 경사 지붕 건물은 HBE(구조용집성재패널)과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혼합해 디자인했다. 기술상의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는 복합구조를 선정한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부족한 사업비로 인해 시공비의 부담이 큰 상황에서 공사 기간을 단축하여 비용을 절감하려는 목적이 있다. 또 저렴하게 공급되는 사회주택이 자칫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인식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이 집에 거주하게 될 청년들에게 나무로 둘러싸인 양질의 환경에서 거주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HBE와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혼합해 디자인했다. 국내업체에서 개발한 HBE는 고가의 CLT를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낮은 비용으로 동등한 성능의 목구조 건축을 실현하기 위해 선택한 대안이다. 개실 내부에서 HBE패널을 벽과 천장에 별도의 마감 없이 그대로 노출해 저렴하지만 환경적으로 우수한 거주 공간을 청년들에게 제공하고자 했다.
한편, 화장실, 샤워실, 보일러실, 세탁실, 주방과 같이 물의 사용에 민감한 웻 존wet zone은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채택해 하자의 가능성을 최소화 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하는 사회주택은 높은 지가와 건축비를 고려할 때 양질의 거주공간과 적절한 수익성이라는 쉽게 잡을 수 없는 두 가지 토끼를 쫓는 프로젝트이다. 청운광산은 이 함수 안에서 최적의 결과물을 끌어내기 위해 고민한 결과물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놓인 젊은 세대의 주거 문제가 심각하게 주목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들에게 건강한 거주공간과 풍요로운 생활을 담아낼 수 있는 집의 제공은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다. 이 프로젝트가 그 해답을 위해 또 한 걸음 다가간 사례로 남게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