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건축사사무소 이가소 정리 & 편집. 안인규 인턴
대지 SITE
대지는 의정부역 인근으로 한때 경기도 의정부시의 중심지였으나 지금은 쇠락한 구도심 한 켠에 묵묵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주위에는 노후화된 건물들이 무질서하게 밀집해 있고, 좁은 도로와 골목길에서 차와 사람들의 움직임이 다소 분주한 곳이었다.
인접한 기존 건물들은 실내 면적의 최대화라는 관습적인 규칙으로 비슷비슷한 형태로 지어져 있었으며, 외장 마감 또한 과거에 유행했을 법한 재료가 주를 이뤘다.
구도심을 위한 촉매제
도시의 중심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시가지에 밀려 쇠퇴한 구도심이 됐지만, 대지가 가진 발전 잠재력을 끌어내고 지역 발전에 일조하는 촉매제로서의 건축이 필요했다. 아울러 오랜 세월의 때가 묻어있는 대지에 그 촉매제의 반응 속도가 비록 느릴지라도 지역이 가진 정체성을 그대로 잘 간직하기를 기대했다. 물론 주차대수 1대를 넘기지 않아야 하는 면적 제한, 주변 컨텍스트Context와의 조화, 공간 효율의 극대화, 용도별 임대 가능성의 확보 등을 만족해야 하는 조건이 따랐다.
재료 MATERIAL
외장재는 재료가 가진 물성을 그대로 드러내고자 했다. 중국산 파벽돌과 노출콘크리트의 조합을 통해 구도심에 내재해 있는 과거의 흔적들을 암시하고자 했고, 건축의 본질인 구축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콘크리트 마감은 설계상 자연스러운 질감의 ‘유로폼 노출콘크리트’였으나 시공 품질 저하로 인해 적극적인 면 보수를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에는 다른 양상의 정갈한 콘크리트 면으로 대체되었다. 최초 의도한 질감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파벽돌과 대비되는 ‘부조화의 조화’로서 예상치 못했던 전화위복의 결과를 낳았다.
형태 FORM
루이스 설리번의 말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Form follows Function’에 따라 장식은 철저하게 배제하였고, 소요 공간들은 기능 범위에서 극도로 협소하게 계획되었으며, 형태에서 기교를 부리지 않았고, 필요한 디테일 이외에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았다. 각 층에는 반드시 내외부의 중간 영역인 발코니나 테라스를 둠으로써 공간의 풍요로움을 기대했고, 여러 필요충분조건에 의해 만들어지는 형태를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내었다.
테라짜 TERRAZZA
건축은 단지 인간을 보호하고 감싸주는 물리적인 구조물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즉, 건축에 갇혀 있는 거주의 개념보다는 건축을 사용하고 영위하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내외부 공간의 접점에 위치한 테라스나 발코니는 상호를 이어주고 소통시켜주는 공간으로써 건축을 고립시키지 않고, 거주자나 사용자에게 도시와 융합할 수 있는 기회와 풍요로움을 제공한다. 그럼으로써 그 지역과 도시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테라짜가 향후 구도심 발전에 촉매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