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경계없는작업실 BOUNDLESS 정리 & 편집. 김윤선 에디터
제약을 동력으로 활용하기
대지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법, 대지, 건축물 간의 긴장감은 다르다. 도심지를 벗어날수록, 그리고 대지의 규모가 커질수록 세 가지 요소의 관계는 느슨해진다. 하지만 도심지에 가까워지고 대지의 면적이 작을수록 건축물은 법과 대지에 강하게 종속된다. 테트리스 하우스는 법과 대지에 의한 건축적 한계를 인정하는 데서 설계가 시작되었다.
대지는 강남구 논현동의 제2종 일반주거지로 폭 7m, 길이 13m의 좁고 긴 형상이다. 대지의 형태와 법규의 제약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각각의 요소들을 분석한 뒤 건축적인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부피를 발견하였다. 평면이 아닌 부피를 건축물의 구성 핵심으로 이용해 다른 원룸들과는 다른 구성원리를 개발해 내는 것이 테트리스 하우스의 가장 큰 건축적인 목표였다. 결과적으로 법과 대지의 강력한 제약이 건축 구성의 새로운 도전을 만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되었다.
부피 나누기
용적률 확보가 어려워 남겨져 있던 113m²의 좁고 긴 모양의 땅에 건축주의 요구는 간단했다. 14m²의 마이크로주택을 최대한 많이 배치하여 최대 용적률을 확보해달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건축주의 요구에 더해 ‘작지만 LDK(Living, Dinning, Kitchen)를 가진 온전한 집’을 계획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웠다.
법적 면적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땅에 온전한 구성의 마이크로주택을 어떻게 배치할 수 있을까. 우리는 부피 나누기를 통해서 2차원의 평면에서 볼 수 없는 숨은 공간 찾기를 시도하였다. 먼저 대지에서 건축물이 활용할 수 있는 5m 폭을 이등분하여 하나의 유닛을 2.5m(폭) x 5.6m(길이) 크기의 직사각형 모양을 만들었다. 그런다음 작은 폭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마이크로주택에서 구성의 필수 요소인 주방, 화장실, 거실(혹은 침대)을 길이 방향으로 배치한 뒤 일부의 층고를 높여 ‘ㄴ’ 모양으로 부피를 확보했다. 그리고 확보한 부피에는 가구 식으로 해석된 공간 요소들을 배치하여 다양한 활동을 담을 수 있는 빈 공간을 만들었다. ㄴ 모양의 집 위에는 ㄱ 모양의 집이 만들어진다. 두 개의 집은 수직으로 합쳐져서 온전한 큐브 형태가 되며 2차원이 아닌 3차원의 경계를 갖는다.
계단실 또한 돌림계단 형태를 이용하여 건물의 중심에 두고 각각의 집들은 스킵플로어 형식으로 계단의 양쪽 끝 참에 반 층씩 단차를 두고 배치해 상대의 입구를 마주하지 않도록 했다. 유닛의 ‘ㄱ ㄴ’ 형태와 스킵플로어를 통해 대지의 부피를 채워나가 결과적으로 용적률 200%를 확보하였고 단위 유닛의 공간구성을 부피로 접근하여 작지만 온전한 구성을 갖게 됐다. 그에 더해서 일반적인 원룸에서 느끼지 못한 높은 층고의 공간감을 만들었다. 복잡한 수직 수평적 부피를 결합은 계단실에서 다양한 층고로 나타나 다양한 그래픽작업을 통해 역동적인 갤러리 공간으로 만들었다.
용적률, 도시의 시대 단상
용적률 확보가 어려운 도심의 대지들은 건물이 낙후되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거나 대규모 재개발 방식을 통해 기존 도시가 가진 조직을 삭제해 버린다. 건축가들이 공간의 새로운 구성을 통해 제약이 많은 대지더라도 용적률과 같은 개발의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면, 시간을 축적한 기존 도시조직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는 건강한 도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공간구성의 새로운 건축적 시도들이 끊임없이 생겨날 수 있다.
테트리스 하우스의 또 다른 목표를 작지만 온전한 공간구성을 가진 원룸으로 설정한 것처럼, 용적률 확보를 위한 실험과 함께 건축물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삶의 질을 위한 공간의 균형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과 제도 그리고 대지 조건이 만드는 현실적인 가치를 이해하고 그 틀 안에서 시도한 다양한 건축 결과물들이 도시의 모습을 만들어낸다면, 그 결과의 가치판단을 떠나 우리가 사는 시대의 사회 문화적인 단편을 건축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