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건축사사무소 아뜰리에17
대지는 파주신도시 인근 단독주택 단지에 위치한 남향의 완만한 경사지로, 블록의 동북쪽 모서리 땅이었다. 북쪽, 동쪽으로 도로가 있으며 이미 서쪽으로는 다른 집이 들어섰고, 남쪽 빈 대지에는 곧바로 다른 집이 지어질 것이다.그 대지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가장 넉넉한 마당을 가장 먼저 계획했다. 주위에 빼곡하게 들어설 집 때문에 멀리 볼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하는 것은 어렵지만, 마당을 통해 주위 길로 이어지는 풍경을 확보해 답답한 느낌을 줄이고 싶었다.
‘ㄱ’자로 보이는 집이지만 내부 공간은 3개의 덩어리로 명확하게 나눠지고, 브리지같은 공간으로 연결시켰다. 마당을 남쪽에 배치해 가장 쾌적하게 밖으로 열려 있는 곳은 1층 거실이고, 2층은 주인침실이다. 1층 거실은 현관, 입구홀, 2층으로 올라가는 공용공간을 통해 몸통이라 할 수 있는 중앙부분으로 이어진다. 현관과 집, 뒤로 작게 비눠 놓은 마당이 서로 마주보게 만들어 열린 느낌을 강조했다. 입구홀 상부의 2층은 브리지를 통해 주인침실로 들어가게 만들어 프라이버시도 고려하고, 입구홀이 시원하게 느껴지도록 계획했다.
세 개의 덩어리 중앙 부분의 1층에 전체 집을 관리하고 서비스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다. 부엌, 보조부엌, 다용도실이 있고, 마당이 보이고, 작은 중정을 끼고 있어 아기자기한 환경으로 둘러싸인 식당이 있다. 2층은 2개의 자녀방이 있고, 부부침실과 출입공간을 공유하고, 또 형제인 아이들을 위한 작은 거실을 넣었다.
대지 맨 아래쪽, 남쪽 부분은 별채처럼 만들었다. 1층은 동쪽으로 마당을 보는 할머니방이다. 할머니방에서는 남쪽으로 마주보게 될 이웃집과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높은 채광창으로 하늘을 볼 수 있고, 북쪽으로 낮은 창을 만들어 작은 중정의 바닥에 심어질 풀과 꽃을 볼 수 있도록 했다. 2층은 사랑방이다. 외부 브리지를 통해 갈 수 있어 따로 떨어져 있는 작은 방이다. 그 위 옥상은 정자처럼 주위로 시원하게 열린 풍경과 함께 다양한 휴식과 행사가 벌어질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이다.
셋으로 나뉘어 있지만 외부 모습은 한 덩어리의 집처럼 만들었다. 내부의 나뉜 질서와 결절 부분의 열린공간을 단단한 벽체의 외피로 감싼다. 내부와 외부가 서로 끼워진 느낌이 집 내부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날 수 있게 만들었다. 외부 벽체의 바깥 부분은 노출 콘크리트, 마당에 면한 안쪽은 백색 점토벽돌로 두 겹의 벽체 사이 공간에 집이 지어진 모습이다. 티타늄 징크판의 경사지붕 아래는 아이들 방의 다락이 들어가며 다락끼리 이어지고 2층의 작은 거실상부와 만난다. 미로와 같이 연결된 다락공간에서 아이들이 자라며 놀고 사색할 수 있는 의외의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눠진 덩어리 사이로 끼워 넣은 외부공간과 그 사이로 흘러가는 복도와 마당, 다락, 옥상으로 이어지는 집안 곳곳은 대지와 집 전체를 감싸며 크고 작게 휘감기는 몇 개의 순환동선이 된다. 조금 밋밋해 보이는 외관이나 그 속에 숨어있는 길은 꽤 길어 아이들이 자라며 조금씩 스스로 찾아내 자신들의 기억에 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