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어반토폴로지 Urban Topology 정리 & 편집. 정지연 에디터
이 집은 오랜 아파트 생활을 떠나 정원이 있는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건축주의 아래와 같은 바람으로부터 시작하였다.
- 최대한 햇볕이 잘 드는 남쪽으로 트인 정원, 화분을 위한 발코니 공간, 관목 식재 가능한 옥상정원
- 경사지붕을 이용해 빗물을 모아 정원수 활용
- 실내 자연채광을 최대한 유입하고 자연환기를 고려
- 건폐율과 용적률을 최대화하며 1층, 2층은 독립된 가구로 독자적인 출입구 계획
- 외벽을 벽돌로 마감, 한정된 공기와 예산에 맞춘 실용적인 디자인
이를 위해 경사지붕은 1층 및 옥상정원에 물을 공급하는 용도로, 높은 천정고의 2층 거실과 서재, 옥상으로의 계단실, 실외기실, 옥상 난간 등의 공간적 기능적 요구를 받아들이는 디자인 요소로 고려되었다. ㄱ자의 평면에서 시작해 필요에 따라 외부에 놓여진 중정들은 이를 둘러싸는 방들이 외부와 닿는 면적을 늘리며 결과적으로는 엇갈리며 물린 듯한 네 개의 매스를 만들어 낸다. 중정은 빛 우물, 자연환기장치, 관목과 담쟁이 넝쿨을 조망하는 정원이자 외부로부터의 시선을 차단하는 버퍼가 되기도 한다.
판교 주택단지는 개별적인 주체들의 고유한 디자인으로 인해 집합적 풍경을 만들기 어려운 곳이다. 이 집은 하나의 대지 내에서 다수의 작은 중정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만들어진 네 개의 매스의 연결을 통해 도시적 관계를 시도한 결과물이다. 침실과 거실, 거실과 주방, 복도와 화장실 등은 마을에서 이웃들이 인접하며 경계를 형성하는 것과 같이 다루어진다. 네 개의 엇갈린 매스들이 명백하게 파악되는 옥상정원은 이들의 경사지붕면을 통해 판교의 경관을 담고, 거르고, 자른다. 이는 도시 맥락을 구별하고 끌어들이는 경관 시스템으로서 판교의 도시맥락에 대응하여 도시적 집적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