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장경림 글 & 자료. 보편적인건축사사무소 Office For Ordinary Architecture
군산시에 위치한 이 상가주택은 프로젝트 시작 전부터 ‘펨벌리 하우스Pemberley House’라고 불렸다. 프로젝트를 위한 첫 만남에서 건축주는 소설 ‘오만과 편견’의 주인공 펨벌리 가문의 다아시가 사는 저택을 떠올린 것이 시작이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깨어나 주택의 계단을 드레스를 끌며 내려오는 상상은 신축을 원하는 건축주 아내에게는 이른바 로망이었다. 반면에 지역의 공과대학 교수인 남편은 직업적 성향이 기밀과 단열에 중점을 둔 패시브 하우스를 원했다.
군산 상가주택
대지는 전라북도 군산시에 새롭게 조성된 택지 개발 지구에 위치하며, 상가주택 용도로 지정된 곳이다. 과거 중국과 스웨덴, 캐나다에서 거주했던 건축주 부부는 아파트가 아닌 새로운 보금자리를 희망했다. 1층은 임대를 위한 근린생활시설이 위치하며 2층에는 연로하신 어머님과 간병인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돼 남향의 빛을 받으며 초등학교의 활기찬 모습을 바라볼 수 있도록 계획했다. 3층은 건축주 부부가 사용하는 곳으로 두 사람을 위한 공간에 더하여 해외에 거주하는 두 딸을 위한 영역과 홈시어터룸, 사우나실 등 다양한 실들을 필요로 하였다. 공간 이용의 편리성과 동선을 고려하여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입체적으로 조성되었다.
기능과 정서
펨벌리 하우스는 집으로서 단열과 기밀 성능의 확보를 중시했고, 실내 공기질의 쾌적함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주거 공간에서의 질적 만족도를 높이는 것에서 시작하였다. 한편 내부 공간은 익숙함과 보편성을 추구하기보다는 거주자인 부부의 공간에 대한 기대와 인식의 확장을 통한 심미적 구성으로 귀결되었다.
스킵플로어로 구성된 공간
내부 한 층으로 꿈꾸던 공간을 채우기에는 다소 면적이 부족했다. 이를 위해 건축주 부부가 거주하는 3층은 스킵플로어Skip floor 형태로 구성했다. 자녀방과 공용 욕실 및 부부 욕실로 구성된 아래층, 부부의 침실과 취미실로 구성된 위층 사이는 반 층의 높이차로 접근 가능한 거실과 주방, 식당이 위치한다. 여기에 부부 침실에서 부부 욕실로 전용 계단이 설치해 공간에 변화를 주었다.
취향의 공간
유리 칸막이로 시선이 이어지는 침실과 서재, 스킵플로어로 거실과 식당이 내려다보이는 취미실, 사우나실과 욕실로 접근하는 독립된 계단, 거친 표면의 노출 콘크리트 등은 살고 싶은 집을 항상 머릿속으로 그려온 거주자의 희망사항을 귀담아 건축적 요소를 통해 구현됐다. 본인이 살고자 하는 집을 디자인하고 구성하는데 주변의 조언은 어쩌면 필요치 않을지도 모르겠다. 거주자가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결과이다.
시선과 공간의 확장과 연계
부부가 사용하는 공간은 일반적인 주택의 방과 같은 벽으로 막힌 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침실과 서재 사이에는 유리 칸막이가 설치되고 욕실에는 칸막이조차 없다. 서로가 무엇을 하는지 시선이 공간 구석구석 머무를 수 있다. 시선이 멀리 다다를 수 있는 주거공간이 되었다.
도면과 현장의 시너지
시공자는 건축가가 원하는 재료 구현과 디테일 의도를 파악하고, 시공 경험의 노하우를 녹여내어 도면과 현장 사이에 긍정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었다. 공용 계단실의 석재와 난간, 문틀과 실내 계단의 난간 손잡이 등은 그러한 결과로 도출된 요소가 되었다. 현장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하여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타임랩스를 구성하여 서울과 군산의 물리적 거리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 또한 원활한 현장 관리와 진행에 큰 도움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