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지아 자료. 건축사사무소 카운톤미 count on me
후암동 444-1 도시의 한 장면
대지의 가장 큰 특징은 소월로2길(21미터 도로)을 기점으로 구의 경계가 나뉜다는 것이었다. 현 대지는 용산구에 속하지만 맞은편은 중구에 속했다. 각 구의 개발 계획에 대한 방향성이 다르기 때문에 대로를 중심으로 가로수부터 건물의 규모까지 서로 극명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중구는 거대한 기업의 사옥이나 호텔 등 공공성이 강한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고, 용산구는 보통 4~5층 규모의 개인 소유 소규모 건물이 주를 이뤘다. 후암동은 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지역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유지된 모습으로 작은 골목과 막다른 골목을 이어주는 계단과 건물들이 밀집된 곳이다.
이런 다양한 시간의 흐름이 혼재한 경계점에서 밸런스를 맞추고 그 자체로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 가로의 앵커anchor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대지의 제약과 건축주의 요구사항
삼면이 주변 건물과 밀접해 있어 인지성을 가질 수 있는 면이 한 면밖에 없었다. 또 경관미관지구로 높이와 층수 제한도 있었다.
건축주는 50평의 작은 대지이지만 건물이 왜소해 보이지 않기를 바랐고, 그 가로에서 존재감이 있는 건물이 되기를 원했다. 또한 전 층 근린생활시설 용도로 통임대를 원하는 희망도 계획에 반영해야 할 주요 사안이었다.
콘셉트와 명명 : 다양한 얼굴의 페르소나
하나의 모습만 일관되게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본 모습 외의 것을 일명 ‘부캐’라고 칭하며 또 다른 이면의 모습으로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이다. 그리스 어원의 ‘가면’을 의미하는 페르소나는 이러한 사회현상을 나타내는 대표 키워드다. 서로 다른 성격의 것들의 경계점에 있으며, 대로변에 나란히 있는 주변 건물에 비해 인지면이 적은 이곳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 이 같은 페르소나가 아닐까 생각했다.
어느 시각, 어느 공간에 있느냐에 따라 커 보이기도 하고 조화로워 보이기도 하며, 사용 공간에 대해서도 사람들에게 다양한 시각적 공간감에 대한 기대를 유도하고 경험하게 하고자 했다. 그래서 이곳이 다양한 얼굴의 페르소나와 같은 모습으로 내외부에서 공감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페르소나 후암(PH4441)’이라 이름 지었다.
건축 계획의 주요 포인트는 다음 네 가지다.
볼륨 Volume
본 대지의 가로 기울기는 육안으로도 매우 가파르다. 도로에 면한 대지의 길이가 10미터 남짓이지만, 고저차가 1.5미터에 달한다. 우측 건물은 4층 규모이지만 레벨이 높아 상대적으로 높아 보였고, 좌측 건물의 레벨은 낮지만 5층 규모로 볼륨감이 작지 않았다.
이에 따라 건물의 매스계획에서 볼륨감을 상승시키기 위한 방법은 사선과 면의 확장이었다. 거리를 오고가는 사람의 눈높이에서 건물을 바라보았을 때 사선면은 직선보다 넓은 볼륨으로 인식된다. 또한 코너에 면한 두 면의 수직 부재(部材)에 대한 부재(不在)는 각각의 면을 하나의 면으로 인식시켜 넓어 보이게 했다. 일종의 착시효과로 인지성 및 존재감을 부여해 어느 곳에서 건물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얼굴을 의미하는 페르소나를 표현했다.
또한 각 층의 층고를 일반적인 근생보다 높게 계획하고, 옥상 파라펫을 한 개층 높이의 가벽으로 올려 전체적인 볼륨감과 가로의 밸런스를 맞추었다.
수직 동선 Main axis
후암동이라는 지역의 맥락을 보면 이곳은 2미터 남짓한, 혹은 그보다 좁은 골목길로 연결되어 있다. 종종 연결되지 못한 막다른 길이나 길에서 계단으로 연결되는 곳도 만날 수 있는데 이 프로젝트의 동선은 그 골목길의 연결선상에 있다.
이 프로젝트의 수직 동선은 건물과 접속하는 첫인상과 같은 공간이다. 그래서 건물 전면을 제외한 나머지 3개 면에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건물에서 가장 포인트가 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그러기 위해 전용공간을 감싸며 돌아 올라가는 수직 동선을 계획했다. 또한 건물 규모에 비해 넓은 1.3m의 계단 폭을 확보하는 동시에 동선을 따라 반투명한 유글라스를 적용함으로써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위로 올라갈수록 따뜻하게 스며드는 밝은 볕을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공간으로 구현했다.
공간의 다양성 Variety
공간 사용 목적과 건축주의 요구 조건에 부합하는 공간이 사용자와 건축주 모두에게 친절한 공간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불특정한 임대 수요자의 요구사항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필요했다. 앞서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계획 축이었던 수직 동선이 정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각 층의 평면이 달라졌고, 각 층마다 공간적 이점을 부여해 다양성을 부각시켰다.
다른 층보다 높은 층고 계획과 세장한 평면으로 어두워질 수 있는 1층의 단점을 갤러리창 및 조경 계획을 통해 공간감을 극대화했다. 2층은 테라스를 넣어 외부와의 대면성을 만들어 주었으며, 3층은 다른 층보다 넓은 면적을 확보했다. 4층은 남산뷰의 전망을 한껏 누릴 수 있도록 옥상rooftop을 배치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고유한 재료 Classic & Originality
이 지역은 트렌디한 카페들이 많이 들어서 있지만 건물 자체는 구옥이 많다. 주재료는 드라이비트, 벽돌, 벽돌타일, 석재 등 오래전부터 일반적으로 사용되어 온 것들이다. 이 가운데 PH4441은 볼륨감 있는 매스로 가로에 함께 면해있는 건물들 사이에서 존재감 있는 건물이 되었으면 했다.
이에 도시가로 컨텍스트를 해치지 않고 시간이 흘러도 클래식함과 오리지널리티가 묻어나는 붉은 점토 벽돌을 선택했다. 또한 본 프로젝트의 중요한 공간인 계단실은 내외부 모두에서 부각될 수 있는 재료가 필요했다. 폴리카보네이트와 유글라스를 대안으로 두었지만, 경제성과 법규검토, 이미지 구현에 대한 종합적 측면을 고려해 유글라스로 결정하게 됐다.
보편화된 유리와 벽돌의 적용으로 주변 컨텍스트와의 밸런스를 맞추는 동시에, 차별화된 유글라스와 붉은색 점토벽돌의 적용해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이 건물이 ‘페르소나 후암 PH4441’이라는 이름과 같이 개성과 양면성을 지닌 존재로 이 도시에 자리잡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