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스노우에이드 ‘Snow AIDe
노부부는 전원에서 노후를 보내길 원했다. 하지만 현실은 도시를 벗어나 사는 것이 쉽지 않았다. 고향인 수원에서 수 십년간 살았고, 아들, 딸 자식에 성인이 된 손자까지 있는 터라 무조건 떠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노부부는 수원에 거주하면서 멀지 않은 곳에 온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작은 주말 주택을 짓기로 했다. 가족들이 함께 모이기도 하고 따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상의 안식처 같은 공간이었다.
처음 부지를 찾았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갔지만 저수지를 지나니 더이상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시골길을 따라 가니 인적이 드문 곳에 다다르게 되었고 가까이에 골프장이 보였다. 저수지 근처에 몇 가구가 있었지만 몹시 한적한 지역이었다. 처음 방문했을 때가 겨울이라 더욱 그러했겠지만 멀리 보이는 집 한 두 채를 제외하곤 자연으로 둘러싸여 적막하면서도 평온한 기운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곳이었다.
가족들은 약 840평의 밭을 함께 사서 세 필지로 분할하고, 그 중 가장 안쪽에 작은 집을 짓고 나머지 두 필지는 텃밭으로 사용하기로 계획했다. 대지는 동쪽 4m 도로에서 진입하고 남쪽으로 멀리 호수가 보이는 열린 전망이 있으나 서쪽의 골프장이 있는 낮은 산은 이른 오후부터 그늘을 드리우게 했다. 또한 봄, 여름에는 골프장 쪽에서 들려오는 소음과 사람들의 시선이 휴식을 방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노부부를 대신해 아드님과 함께 본격적인 설계를 시작했다. 늘 거주하는 주택이 아니다보니 공사 비용의 적절성과 유지관리 비용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또 완성된 집이기보다 살아가면서 가족들이 하나씩 만들어가는 집이 되길 원했다.
그래서 비교적 단순한 형태로 설계하면서 내구성이 좋은 재료들을 사용하기로 했고, 지상 층에 노부부의 공간과 주방 및 거실을 배치하고, 2층에 아들 내외와 딸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계획했다. 우리는 단순한 동선이지만 다양한 전망과 시선의 흐름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전통적인 박공지붕에 1층에는 필로티가 있는 다소 이질적인 조합으로 외관을 완성했다. 이는 2층 건물에 높은 거실 천정에서 주방 쪽으로 점차 낮아지는 공간 때문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모습이다.
우리는 기존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지 않고 주변과 동화되는 건축을 하고 싶었다. 그런 건축은 늘 그렇듯 처음엔 다소 어색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환경의 일부가 돼 세월을 머금고 평온한 일상이 돼 늙어가는 집을 꿈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