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준 아키텍츠 June Architects
젊은 부부와 아이들이 사는 집
보통 아이들이 사는 집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 평창동 주택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우리가 만든 이 집은 그 두 가지 이미지들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어린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들, 뛰며 자라날수 있는 장소들, 동선들을 만들면서도 어른들이 사는 곳. 어른들이 행복한 것을 보면서 행복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는 집. 아이들을 위한 배려 (낮은창대, 낮은 세면기, 넓은 욕조, 순환하는 재미있는 동선, 천장과 바닥의 높이 변화 등)가 곳곳에 있으면서도, 어른들이 사는 세상의 품위 있고 편리한 집을 만들고자 했다.
차분함 속의 역동적인 리듬감
중심 잡힌 다양한 선들과 예각, 둔각, 원, 대각선이 이어져 만들어지는 건물 메스의 묵직함은 보는 이에게 고요함과 동시에 역동적인 감을 선사한다. 두 길이 만나는 입구 쪽의 부드럽게 곡선으로 크게 떨어지는 둥근 모서리는 반대쪽의 각진 입면과 대조되어 다른 방향의 길에서 각기 다른 느낌을 들게 한다. 둥근 모서리를 향해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의 박공 형태의 지붕은 차분했던 건물전체에 리듬감을 더해준다. 방마다 있는 발코니들은 안팎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동시에 외부와의 지나는 사람들과 사생활 침해 없는 소극적 교감을 만들어 낸다. 다양한 모양과 형태의 많은 창들은 자칫 답답할 뻔 했던 건물 전체에 해방감을 준다. 그에 더해, 때로는 둔각으로, 때로는 원으로 다양하게 꺾이는 창틀은 역동적인 리듬감을 자아 해내는 동시에 사람들의 시선을 안으로 끌어들인다.
테라스가 사용자에게 부여하는 다양한 선택권
주택 안의 많은 테라스들은 단순히 내부와 외부를 이어주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 각각이 사용자에게 다른 행동의 범위를 제공한다. 이층 안방의 가장 큰 테라스는 70%의 공간이 벽돌 영롱 쌓기로 되어있는데, 이는 내부의 투시 성을 조절하여 사용자가 편안히 책 읽기 또는 커피 마시는 등의 짧은 여가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이층 아이방의 테라스는 반쯤은 벽에 둘러싸여 외부 시선으로부터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주는 동시에, 사용자에게 시선의 선택권을 부여한다. 3층의 테라스는 화장실의 창문과 손님방과 맞닿아 있는데, 이는 자칫 공간의 제한으로 창문이 없을 뻔 했던 화장실에 해방감을 제공한다. 그와 동시에, 맞닿아 있는 두 벽의 각을 보여주는 테라스는 외부에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재미있는 공간으로 인식시킨다.
마지막으로, 이 주택 안에서 가장 큰 3층의 테라스는 계단을 통해 올라오는 사람들이 3층에 도달하자마자 탁 트인 경관을 제공해준다. 테라스의 위치에서 마당이 보여 아이들의 행동을 바라볼 수 있다. 봄에는 마당의 꽃들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도록, 여름 밤에는 수많은 별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가을에는 맞은편의 산의 단풍이 보이는 곳으로, 겨울에는 내리는 눈을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이 테라스는 사용자에게 시간과 행동이 제한되지 않는 공간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