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아키리에 Archirie
이 집은 충남 계룡시의 여느 한적한 단독주택지에 위치해 있다. 대지를 처음 방문했을 때, 주변은 택지가 조성돼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것처럼 보였으나 간간히 빈 터들도 있었다. 집을 지을 땅은 잣나무로 이루어진 작은 숲과 같은 완충녹지와 6미터 도로, 그리고 2층 규모의 주택과 빈 터 사이에 있었다.
우리는 언젠가는 집으로 메워질 빈 터들을 고려해 프라이버시 확보를 우선 순위에 두기로 했다. 또 30평의 필요 면적을 전면에 펼쳐진 자연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나지막하면서도 수평적으로 채워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대지를 4개의 영역으로 분할하고, 완충 녹지를 중심 축으로 개방 공간과 중간 영역, 그리고 개인 공간 순으로 테라스와 중정을 건축 공간과 교차시키며 전개하기로 했다.
각 공간의 극대화된 개구부는 외부의 자연과 채광을 내부로 적극적으로 유도함과 동시에 각각의 공간들이 유기적인 관계성을 갖도록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느슨하게하는 역할을 한다. 또 중정을 중심으로 배치된 각각의 공간은 가족 구성원 간의 존재를 상호 인식하게 해준다.
이 지역의 적용된 법규 가운데 경사 지붕을 적용해야하는 원칙이 있다. 원칙을 준수하되, 보편적인 지붕의 형상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해 바깥 측으로의 경사가 아닌, 내부 측으로의 역경사를 적용했다. 덕분에 지붕으로 인해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있는 도로측의 건축물 높이는 자연스레 높아진 반면, 내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중정을 지나 낮은 높이의 지붕 경사를 따라 하늘과 숲으로 이어지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