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공오스튜디오 05STUDIO 정리 & 편집. 최진보 에디터
한남동 유엔 빌리지UN VILLAGE에 위치한 이 건물은 다세대 주택이다. 갈라지는 언덕 길에 위치해 아랫 길로 지하 1~3층, 윗 길로 지상 1~3층, 그리고 옥상 층이 위치하고 있다. 이는 처음 건물이 설계될 당시부터 계획돼 주 출입구의 분리는 물론, 둘 사이를 연결하는 수직동선마저 없는 완벽히 세대가 분리된 건물이다. 이 중 우리에게 설계 의뢰가 들어온 것은 지상 1~3층과 옥상 층에 해당하는 단독 가구였다.
건축주가 매입한 건물을 처음 보았을 때, 그 모습은 한남동의 여느 주택처럼 준공 당시 본래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좁은 대지를 보완하기 위해 계획성 없이 불법적으로 확장된 부분들은 건물 전체의 모습을 크게 훼손하고 있었으며, 또한 무분별한 확장 시공으로 인해 심각한 누수마저 일어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은, 유일하게 남아있는 골조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부분을 철거하고 내외부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이었다. 건축주와 끊임없이 회의를 하며 함께 새로운 그림을 그려 나갔다.
외국에 거주하는 건축주의 요구조건은 단순하면서도 명쾌했다. 우선 내부에서 내려다 보이는 한강 경치를 모든 공간에서 극대화하고 주변 건물에 비해 눈에 띄지 않지만 지루하지 않은 외관을 갖기를 원했다. 또 지인들과 함께 모일 수 있는 파티하우스가 필요했다.
먼저 얇고 긴 형태의 대지를 따라 길게 형성된 평면에서 수직 동선(계단)–Semi Private(거실)–Private(침실)의 순서대로 계단을 끝으로 배치해 사생활의 영역이 침해되지 않도록 계획했다. 그리고 대지 높이의 고저차로 인해 건물의 주 출입구가 2층과 연결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1층 선큰sunken은 주변 건물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보호된 사적인 테라스 공간이 되었다.
이러한 공간들을 감싸는 외관 디자인은 남동측 한강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전창을 활용해 실내 모든 공간에서 한강을 바라다 볼 수 있도록 하였으며, 다른 건물과의 간섭이 많은 북서측(건물 주 출입구가 위치하는 방향)에서는 환기를 위한 최소한의 창만을 허용하면서 육중한 매스로 건물 입면을 강조하였다. 재료는 주변과 어울리는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리니어 스타코 마감을 주요 외장재로 선택하였지만, 계단실의 폴리카보네이트 조명과 연속된 루버로 이루어진 낮은 수평 담장으로 동네에서 이 집만의 정체성을 조용히 드러내도록 계획하였다.
내부 디자인은 고급스러우면서도 따뜻함을 원하는 건축주의 요구조건에 따라 석재 느낌의 타일과무늬목, 그리고 패브릭을 주재료로 사용했다. 특히 바닥에서 벽의 일정 높이(Reference line)까지 올라오는 석재 마감은 각 실 마다 바닥 높이가 달라 좁게 보일 수 있는 공간에 통일감을 줘 모든 내부 도어를 열고 넓은 하나의 공간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따뜻한 느낌의 목재와 패브릭의 적절한 재료 분리(groove line)를 사용해 공간과 색감을 풍부하게 하였으며, 남쪽에서 들어오는 햇빛으로 만들어진 목재 루버의 뚜렷한 음영은 공간을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했다.
1층의 거실, 이와 연결되어 있는 테라스와 캐노피, 그리고 옥상의 탁 트인 야외 공간은 지인들과 만나고 여행처럼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원한 건축주의 바람을 반영한 또 하나의 특별한 결과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