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종우 글 & 자료. 나인디렉터스앤컴퍼니+나인아키텍터스 9Directors&Company+9Architectus
국내 가장 큰 규모의 도자예술 수집가의 의뢰로 설계된 한향림 도자미술관은 헤이리마을 중심부를 바라보는 부지에 자리잡는다. 건축주는 이미 사립미술관 2개소(현대도자미술관, 한향림옹기박물관)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본 박물관은 약 30년간 축적된 도자작품들을 추가로 전시하기 위해 공간 설계를 요청했다.
갈대광장을 바라보고 있는 남서향의 사면에 위치한 박물관은 20m의 등고 차이를 가진 경사지에 들어섰다. 헤이리에 세워지는 건축물은 기존의 자연 지반을 기준으로 모든 지점에서 건축물의 높이가 12m를 넘지 않아야 하는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데, 박물관 역시 동일한 조건이 주어졌다. 건축가는 최소한의 지반만을 절토하고, 자연으로 이뤄낸 지형을 최대한 유지하며 박물관을 배치했다.
건축물은 크게 지형과 조망 방향에 따라 나뉘는 3개의 흰 색 매스를 가진다. 어긋나도록 쌓인 장방향의 사각형은 지형에 맞는 조망과 프로그램 별 공간을 만들어 내는데, 내부 공간 역시 매스의 방향과 각도에 따라 변화되고 변주된다. 자연스레 만들어진 층위에서 쌓인 매스의 상단부로 외부 공간이 만들어지고, 외부의 풍경과 자연으로 전시 공간을 확대한다. 이 적층의 방식 속에서는 건축가의 고민이 담겨 있는데, 각 층 매스가 교차되는 곳 마다 코어와 3개 층에 아우르는 홀hall로 유연하게 흐르는 동선과 전시와 공간 관리라는 프로그램별 분리된 공간을 만들어 냈다.
주 진입부로 쓰이는 지하 1층은 아트샵과 어린이 도자체험장이 있으며, 1층부터 2층까지는 건축주의 수집품이 전시되는 공간이다. 박물관의 최상층인 3층은 헤이리 마을부터 오두산 통일 전망대와 한강에 이르는 탁 트인 뷰를 가진다. 이곳에는 방문객들을 위한 휴식 및 카페로 조성되어 있다.
방문객들은 박물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전시 공간을 관람한 후, 3층의 넓게 펼쳐진 헤이리의 풍경으로 완성되는 경험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이 외에도 박물관의 막다른 골목과 인접한 후면을 통해서 기존의 전시시설(한향림옹기박물관)과 연계된 동선이 마련되어 있으며, 추후 조성될 인근 대지의 공원과도 연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