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정훈 글 & 자료. 필로디자인건축 Design-Philo
붉을 홍, 빼어날 당, 집 무
‘홍당무’는 전주시 덕진구에 위치한 단독주택이다. 건축주 부부의 아이들은 붉은 벽돌로 둘러싸인 집이 홍당무 같다고 이야기했다. 부부는 아이들이 집에 붙여준 이름에 한자 ‘붉을 홍紅’, ‘빼어날 당倘’, ‘집 무廡’를 더해 ‘붉고 빼어난 집’이라는 또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마당, 볕이 잘 드는 실내, 내외부 공간의 적절한 연결에 중점을 두고 설계를 진행했다. 약 264㎡(80평) 크기의 대지는 4열로 가지런히 구획된 지구단위계획구역의 가장 앞쪽(남향)에 위치한다. 북쪽 후면 전체를 매스감이 도드라지는 외관으로 설계해 외부인의 시선을 차단하고, 남쪽으로는 가족이 그들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프라이빗하고 아늑한 마당을 계획했다.
본연의 기능을 충족하는 차분한 공간
건축주 남편은 차량 정비 및 세차 공간에 대한 로망이 있었기 때문에, 주택 내부에 차고를 배치하게 됐다. 이로 인해 생긴 공간 제약을 완화하고자 1층에 거실, 식당, 다용도실 같은 공용 공간을 널찍하고 개방감 있게 구획했다. 2층에는 부부의 침실, 두 아이의 방, 욕실 등의 사적 생활 공간을 배치해 1, 2층의 성격을 구분했다.
주택 본연의 기능을 충족하는 차분한 분위기의 공간을 연출하고자 불필요한 장식은 최소화하고 건물의 형태는 간결하게 디자인했다. 소재의 형태와 색상을 선정할 때도 화려함을 추구하지 않았다. 집의 분위기는 거주자에 의해 점차 변화할 것이기에 인위적이거나 튀는 디자인보다는 섬세한 마감이 돋보이는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에너지 효율과 건강을 동시에 높이는 집
홍당무는 독일의 패시브하우스(PHI) 인증을 받은 난방 성능 4.2L의 저에너지 주택이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단열뿐만 아니라 기밀, 차양, 환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건축물의 단열 성능이 높을수록 원활한 공기 순환을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한데, 이때 환기로 인한 에너지 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고자 건물의 기밀성 확보에 주의를 기울였다. 공간의 기밀성은 에너지 낭비를 절감할 뿐만 아니라 거주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결로 및 침기 현상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철저한 기밀층 시공을 원칙으로 삼은 결과, 입주 후 실시한 블로어 도어 테스트(blower door test, 건물의 기밀성을 측정하는 테스트)에서 0.47h(n50)의 성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남쪽과 서쪽에는 전동식 차양 장치를 설치했다. 차양을 펼쳐 여름철 실내로 유입되는 자외선을 차단하고, 겨울에는 보다 많은 열을 실내로 유입시켜 냉난방 부하를 줄이려는 의도다. 건강하고 쾌적한 실내 환경을 조성하려면 온습도, 이산화탄소, 유해 물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공기 질을 확보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이에 PHI 인증을 받은 고성능 열회수 환기 장치를 설치해 외부에서 공기를 유입하는 동시에 오염 물질, 미세먼지, 꽃가루 등을 차단했다. 신선한 공기를 품은 따뜻한 집은 편안한 잠자리를 선사할 뿐 아니라 아이들의 집중력을 높이며 가족의 건강을 지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