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정훈 글 & 자료. 일상건축사사무소
농부의 일상을 찾아주는 건축
‘농지 한편 한적한 데 자리한,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집’이라는 뜻의 ‘화담별서(和談別墅)’는 전라북도 김제시에 위치한 전원 주택이다. 건축주 부부는 한적한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연로한 어머니를 모실 편안한 집을 원했다. 부부의 두 아들은 부모의 바람을 담은 집을 짓기 위해 적극적으로 마음과 정성을 모았는데, 그 모습이 인상 깊어 우리는 설계 과정에서 이 집을 ‘모음집’이라 부르곤 했다.
집의 본질을 지키는 디자인
모음집이라는 이름은 안마당을 중심으로 공간이 옹기종기 모인 모습을 일컫기도 한다. 마당을 낀 채 디귿(ㄷ) 형태로 놓인 배치를 통해 위요감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농가 주택이기에 수확한 농산물을 갈무리할 작업 공간이 필요했는데, 작업 영역과 주거 영역이 혼재되어 집의 본질인 ‘쉼’의 기능이 퇴색되지 않길 바랐다. 이에 집의 동쪽에 작업 공간을 마련하고 주거 영역(거실, 침실 등)과의 경계에 게스트룸을 두었다.
주인과 손님 모두를 위한 게스트룸
게스트룸은 부모를 찾아온 아들들이 머물거나 손님을 맞이하는 사랑채다. 거실과 다소 떨어진 채 남쪽을 향해 돌출된 게스트룸은 작업 공간과 주거 공간을 적절히 분리한다. 반대로 부엌 및 다용도실과 작업 공간은 긴밀하게 연결해 생활의 편의를 높인다. 게스트룸 전면에 툇마루를 설치해 사람이 머물고, 햇살이 드리우고, 바람이 지나는 화담별서의 첫인상을 드러내고자 했다.
안팎으로 조화를 이룬 고즈넉한 집
화담별서는 간결한 매스와 사선 지붕이 조화를 이루는 집이다. 한적한 마을에 들어서는 집이기에 제 모습을 과도하게 드러내는 형태보다 주변과 조화를 이루기를 바랐다. 은은한 붉은 빛을 띠는 벽돌 타일과 탄화목재를 적절히 섞어 외관을 꾸렸으며, 한옥의 형태에서 모티브를 얻어 정원을 갖춘 넉넉한 안마당과 처마를 더했다.
바깥에서 보는 형태도 중요하지만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는 풍경과 느낄 공간감을 무엇보다 우선시했다. 실내로 적절한 밝기의 빛이 흘러들게 했으며, 안정감을 주는 공간 크기를 설정했다. 작업 공간을 가리는 게스트룸으로 인해 거실에서 보는 풍경은 한결 정돈됐다. 마당의 정원과 담장 너머로 펼쳐지는 시골의 고즈넉한 풍경은 바쁜 일상 속 온전한 여유를 선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