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경계없는작업실 BOUNDLESS 정리 & 편집. 김윤선 에디터
토지부터 찾기
후암동 복합주거는 은퇴를 준비하는 노부부를 위한 집이다. 건축주는 적막한 교외보다는 생기가 있는 도심, 도심이지만 자연 환경이 나쁘지 않은 소박한 동네, 그리고 노후를 위한 적당한 임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곳에 살 수 있기를 원했다. 우리는 조건에 맞는 토지를 찾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후암동 대지는 위의 조건을 적절히 갖추고 있었고, 이형(異形)의 땅인 탓에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시장에 나와 있었다. 또 대지 후면에 접한 주(主) 가로에 소월길과 연결된 엘리베이터가 생기면서 유동인구가 늘어, 상가로 발전될 가능성을 발견했다. 게다가 서울 시내 조망과 채광을 확보할 수 있는 위치라 신속히 매입을 결정했다.
주(主) 가로로부터 사람들을 유입하기
대지가 경사지에 위치해 있어, 주 가로는 2층과 눈높이가 맞았다. 그래서 2층까지 상가로 계획했고, 가운데를 최대한 비워 답답한 느낌을 없애고 사람들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려고 했다.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도로에서 보았을 때 건물의 이미지였다. 주 가로에서 보이는 북측면은 일조를 고려해 높이가 제한돼 있어 단차가 발생했다. 그래서 건물의 후면처럼 보일 수 있었다. 우리는 이 단차를 되레 디자인 언어로 활용해 전체 조형의 통일감을 확보하고 후면도 전면처럼 보일 수 있도록 했다.
공간의 배분
1층은 주차장을 제외하면 면적이 매우 작았다. 때문에 1층에 작은 주방과 손님을 맞이할 공간을 배치하고, 1층과 지하층을 연결해 하나의 공간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2층은 중간을 비우고, 양쪽에 각각 상가를 배치했다. 3층에는 11평 남짓한 3개의 주거 유닛과 4층, 5층에는 각각 하나의 주거 유닛을 배치했다.
완공 후
건물이 지어지고 난 후 입주자들과 상가 임차인이 들어오면서 주변이 계속 변화 중이다. 방문자들은 소셜네트워크(SNS)에 건물을 배경으로 각자 인상적인 풍경을 담은 사진을 올린다. 골목 방향으로 열려 있는 2층 공용부에는 테이블을 두고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지나는 사람들은 시원하게 뚫린 저층의 공용부를 바라보며, 신기한 눈길로 건물을 바라본다. 집이 동네의 풍경을 바꾸는 한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