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정훈 글 & 자료. 건축사사무소1458
아파트 값이 치솟으면서 상가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파트는 공동주택의 일부를 소유하는 것이지만, 상가주택 또는 단독주택은 땅과 건물을 소유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심지어 내 생활방식에 맞게 짜인 공간과 동선을 만날 수 있고, 임대 수익 창출 또는 직영을 통한 직주근접의 경제활동이 가능하다. 물론 도심 속에서 일정 규모의 대지를 구매하고 건축하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오른 아파트 가격과 공동주택 생활에서 오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에 대한 대안으로 상가주택 건설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상남도 양산시 물금택지개발지구 내 택지를 소유한 건축주 부부는 시모와 2남 1녀의 자녀들과 함께 살아갈 상가주택을 의뢰했다. 물금택지개발지구는 1층은 상가, 2~3층은 주택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지구단위계획지침에 따라 1층은 수익을 고려한 임대 상가를, 2층은 시어머님과 딸이 사는 주택, 3층은 건축주 부부와 두 아들이 거주할 주택을 짓기를 희망했다. 이에 더해 무엇보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조했다.
부지는 물금택지개발지구 내 위치하나 지구 경계와 면해 남쪽으로는 폭 20m 도로, 동쪽과 서쪽은 인접 대지, 그리고 북쪽으로 폭 8m 도로와 인접해 지구 내 다른 택지들과 맥락이 다르다. 남쪽으로 논이 넓게 펼쳐져 열린 조망과 우수한 채광을 확보할 수 있으나 북쪽 도로로 인해 사생활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었다. 성격이 다른 두 도로와 건축주의 요구 조건을 반영해 평면을 구성하고, 그러한 맥락을 입면으로도 드러내도록 목표를 설정했다.
외장재는 건축주와 함께 백색에 가까운 인조라임스톤을 선정하고 통일성을 고려해 건물 전체에 적용했다. 논을 향해 탁 트인 남쪽 도로를 향해서는 집을 최대한 열어 두고, 지구 내 8m 도로 쪽으로 석재 루버와 차폐 조경으로 두 개의 켜를 더 두었다. 프라이버시 보호와 동시에 특징적인 입면으로 고유한 정체성을 갖게 됐다. 맥락이 다른 두 도로와 면한 입면에는 각기 다른 파사드 시스템을 적용했지만 동일한 재료와 수직 요소로 통합된다. 특히 석재 루버의 디테일을 구현하고자 시공자, 금속 기술자, 석재 기술자와 몇 차례 회의를 해 의도한 디자인을 구현했다.
시모와 딸이 거주하는 2층에는 남측 도로로부터 완충 기능을 하는 발코니를 설치했고, 발코니를 중심으로 다이닝과 거실이 시각·물리적으로 연결된다. 발코니와 거실 사이에 위치한 대청마루는 실내외의 전이 공간인 동시에 색다른 행위와 공간감을 유발하는 공간이다.
건축주 부부와 두 아들이 사는 3층은 박공지붕을 그대로 살린 높은 천장의 거실과 다락을 중심에 두고 방들을 배치했다. 노출콘크리트 벽으로 거실을 적절히 분리하면서 콘크리트 질감을 그대로 살려 인테리어 요소로 사용했다. 노출콘크리트벽 뒤에는 수납장을 설치해 실용성을 높였다. 아들 방은 복층 구조로 각각의 다락과 연결되어 저만의 아지트를 갖추고 있다. 가구에 관계없는 좋은 배경을 만들고자 실내는 화이트와 그레이 톤으로 마감했다. 여기에 목재를 적절히 사용해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