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현자연 인턴 글 & 자료. AAPA건축사사무소 Arnold Aileen Project Architects
각자 다른 시간을 보내왔음에도 오래된 집과 건축주는 어딘가 닮아 보였다. 기존의 건축물은 동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오래된 주택이었지만 무언가 다르게 느껴졌다. 곳곳의 요소가 눈에 띄어서였을까, 마당에 심긴 큰 나무 몇 그루 때문이었을까. 무엇보다 전체의 형태와 창이 특이했다.
주택은 이미 흥미로운 구조와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이를테면 공간의 크기나 숨겨진 다락들, 각각의 형태나 요소가 그러했다. 기존 건축물에서 매력적인 부분은 최대한 유지하고 싶었다. 나아가 집에서의 모든 행위가 시각적 탐험과 공간의 경험, 모험처럼 느껴지기를 바랐다.
공간을 넘나들 때 다채로운 분위기와 시각적 확장을 경험하도록 연출했다. 곳곳에 곡선을 사용해 공간이 연속적으로 느껴지면서 동선은 유연하게 흐르게 했고, 적절히 빛을 들이면서 둥근 수직적 매스mass를 강조했다. 2층의 유리블록을 통해 들어온 빛은 나무 간살 벽에 비치며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위로 향한 시선은 가로로 찢어진 다락까지 이어지며 공간을 한층 풍성하게 담아낸다.
낮고 광활한 하나의 공용공간으로 구성해 수평적인 느낌이 강한 1층과 달리, 2층은 다락과 개방적인 복층 공간까지 수직적으로 시선이 열린다. 침실과 다락은 천장이 경사져 있어 색다른 공간감이 느껴진다. 흥미로운 요소가 곳곳에 자리해 새로운 자극을 주고 구석구석에서 재미난 일이 생길 것만 같다.
설계의 마무리에는 건축주의 감각이 더해졌다. 설계 후 건축주는 2층 계단 하부에 작은 보조주방을 라운드로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변경하고 보니 하부 공간을 활용한 느낌보다는 의도하여 연출한 모습으로 보였다. 내내 색을 쓰는 것을 지양하던 건축주가 1층 전실은 낙엽 타일로 마감해 달라고 부탁했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공간에 포인트 타일이 더해지니 출입 공간이 한층 흥미로워졌다.
공간은 물리적으로는 변하지 않는 곳이지만 항상 새롭고 재미있는 집이기를 바란다. 거주자의 취향으로 물건을 채우고 행위와 시간이 쌓이면서, 그들만의 특별한 집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