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정훈 글 & 자료. 아틀리에 이치
“요가는 끊임없이 일렁이는 마음의 물결을 잠잠하게 하는 것이다.” 요가에 대한 가르침을 담는 파탄잘리Patanjali의 요가수트라The Yoga Sutras 1장 2절의 구절이다. 요가를 할 땐 눈을 감고 들숨과 날숨을 깊고 느리게 반복한다. 내면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행위다. 몸을 움직여 요가 동작을 하는 것 이면에는 우주와의 완연한 합일을 이루고자 하는 내면의 힘이 있다. 호흡과 움직임 속에서 느껴지는 나의 내면에 귀 기울이는 것, 자신에 대한 온전한 이해와 함께 진정한 자아를 만나는 것, 있는 그대로의 나를 깨닫는 것. 이것이 요가가 추구하는 본질이다.
‘무위의 공간’은 요가쿨라의 요가 마스터 4인이 뜻을 모아 만든 요가와 명상, 치유의 스테이다. ‘무위無爲’, 문자 그대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지만 그 안에는 ‘인위를 가하지 않음’이라는 ‘Sheer naturalism’의 뜻도 존재한다. 자연스러운 흐름에 역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것이다. 나를 감싸는 껍데기를 걷어내고 밖으로만 내달리는 마음을 안으로 돌려 고요히 내면을 응시하는 것. 비워내고 덜어내 무심無心의 상태에 이르는 것은 이들이 추구하는 요가의 본질이자,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선사하고 싶은 경험이었다. 요가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이 공간에서 느껴지는 차분한 숨결을 통해 쉼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프로젝트에 임했다.
제주 한경면 저지리에 위치한 통나무집은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무위’를 품기에 적절한 장소였다. 지어진 지 오래된 통나무집은 멋대로 자라난 식물들과 함께 제주의 고요하고 한적한 마을에 자연히 동화되어 있었다. 특유의 정취를 살리고 제주스러움을 더하되 인위적이지 않고 그저 그렇게 존재해왔을 것 같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설계의 핵심이었다.
건물의 표피를 감싸는 색은 ‘무無’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색을 선택했다. 검은색은 자연의 색을 강조하고 건물의 존재가 크게 드러나지 않을 수 있는 적절한 색이다. 해가 질수록 건물의 존재감은 사라지고 이곳에 존재하는 ‘나’와 ‘제주의 자연’만이 오롯이 존재할 수 있도록 했다.

공간은 ‘무無’, ‘위爲’, ‘자自’, ‘연然’ 4개 객실로 구성되며, 모든 방은 영역 구분을 위한 최소한의 벽을 제외하고 나머지 통나무 벽의 칠을 벗겨내 나무 본연의 질감과 향을 보존했다. 고요함을 테마로 한 2인 객실 ‘(없을)무’, ‘(다스릴)위’는 이름에 맞게 외부 시선은 차단하고 오로지 나라는 존재와 마주할 수 있도록 프라이빗한 명상 정원을 열어두었다. 더불어 테라스에 앉아 제주의 햇빛을 맞으며 요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자’ 객실은 스스로 존재하는 제주 자연을 테마로 구성한 객실이다. 4인이 두 개의 분리된 침실 공간에 머물며 주방을 공유하도록 구성했다. 한 침실은 제주 돌담과 통나무 가까이 두고, 다른 침실은 제주 돌담과 자연과 함께 야외 자쿠지를 이용하도록 구성했다. 객실마다 실내 욕조가 있어 계절에 관계 없이 입욕을 즐길 수 있다.
제주 동백나무와 로즈마리로 이루어진 통로를 지나면 ‘연’이 나온다. 다른 채들과는 완전히 독립된 객실이자 요가와 명상 등 다양한 수업과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이다. 빛이 가장 잘 들어오며 요가홀의 창문을 통해 한라산을 조망할 수 있다. 기존의 높은 박공 천장의 공간감은 살리면서 다락을 만들어 명상의 몰입도를 한층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