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지아 글 & 자료. 이유에스플러스건축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늦가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 1층 공간 설계를 요청했다. 이전에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공간을 주제로 하는 참여설계 워크숍에 함께한 경험이 있다. 다어울림아동센터는 총 3개월간의 설계 기간을 거쳐 2021년 벚꽃이 만발한 봄에 완공되었다.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는 경기도 시흥시에서도 가장 밀도가 높은 ‘정왕동’에 위치한다. 소위 빌라들은 1-2미터 거리에 이웃집 벽을 두고 있을 정도로 빽빽하고, 다양한 이주배경을 가진 가정이 많은 지역이다. 아동센터는 큰솔공원 경계 안에 자리한다. 공원을 이용하는 이들의 행태를 보았을 때 어린이를 위한 환경으로서는 다소 거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이주 어린이들, 청소년들은 특히나 공간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주거지는 빽빽하지만 대체로 열악하고,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집이나 방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자신의 방이 없이 발코니에서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이에 우리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다어울림센터가 그들의 ‘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마음을 둘 수 있는 방’이 모여 우리의 방을 이루는 곳. 그러나 정왕동의 집들처럼 막혀있는 방이 아닌, 열린 방으로 그날의 기분과 행동에 따라 각각 다른 방을 선택할 수 있는 곳. 나와 내 친구가 함께 이야기를 담아갈 수 있는 ‘우리’의 방을 설계하고자 했다. 그렇게 탄생한 공간의 이름은 ‘방가방가’다.
설문조사와 비대면 워크숍을 통해 어린이, 청소년의 생각을 이해하려 노력하며 설계했다. 그들의 마음을 ‘반갑게’ 환대하는 공간, 방과 집이 여러 개 있다는 의미에서의 ‘방가방가’. 간척지에 만든 시흥의 평평한 주거지와는 달리, 높고 낮은 방들이 이어지며 개인 활동과 그룹 활동을 자유롭게 펼쳐갈 수 있다.
OSB 합판과 프레임으로 만들어진 여러 집들은 정왕동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을 이룬다. 통창이 끌어들이는 자연과 자연광은 큰솔공원의 삭막함 대신 활기와 따뜻함을 더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체적인 활동으로 채워질 공간은 큰솔공원을 다시 밝히는 등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내가 주체가 되어 나의 방을 선택하고 이야기를 채울 수 있는 공간 ‘방가방가’가 그들의 미래 또한 밝힐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