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현기 글&자료. 유타건축사사무소
오래된 집이 모여 있는 논현동 주거지에도 시대의 요구로 인한 변화가 시작됐다. 길의 역사를 간직한 집은 하나 둘씩 철거되고 각양각색의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그 속에 논현동 ‘빅 스테어스Big Stairs’ 가 자리를 잡았다.
부지 주변에는 가파른 경사가 있고 교통량이 많아 얽힌 전신주처럼 혼잡하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단순하고 단색의 매스가 눈길을 끌기 때문에 백색 타일을 사용하여 주변과 대조적으로 차분한 인상을 준다. 동시에 층마다 타일의 패턴을 다르게 해서 동네를 오가는 이들에게 호기심을 이끌어낸다.
접근성과 가시성은 상가의 경제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상가는 지면과 가까울수록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임대료가 높게 측정된다. 이에 지나가는 사람을 건물 안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은 상가를 설계하는 건축가의 오랜 숙제다. 경사지를 활용하여 지하층과 1층이 도로에서 쉽게 인지될 수 있도록 노출시킴으로서 건축물과 거리에 개방감을 제공한다. 1층과 2층 사이의 외부계단도 도로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발길을 유도한다.
주거지역의 땅은 일조권 사선제한 법규로 상부층으로 갈수록 건물이 줄어들게 된다. 이에 프로젝트 최상층의 실공간이 10평 남짓으로, 엘리베이터와 계단실을 묶어 코어로 계획하기는 어려웠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규로 비워진 공간에 외부 계단을 계획하고, 계단하부를 내부 창고로 활용하여 전용공간을 최대한 확보했다.
상부층의 외부 계단과 공유 테라스에서는 탁 트인 시야로 도시 풍경과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앞으로도 바쁜 일상을 환기시키고 계절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