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종우 글 & 자료. 소수 건축사사무소 SOSU Architects
가족의 기억을 지속하는 방법
서울 양천구 목동은 옛날부터 나무가 매우 많아서 ‘木洞’이라 불린다. 1975년에 지은 이 집은 나무가 있는 정원을 갖고 있는 단독주택이었다. 동네에 남은 유일한 단독주택이자 마당 정원이 있는 마지막 집이었다. 40년이 다 된 집은 노후화돼 다시 지어야 하고, 이제 서울에서 집을 짓기 위해서는 혼자가 아니라 이웃을 만들어 같이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건축주는 이 집을 지을 당시 부모님께서 건축가와 집을 짓던 경험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 기억을 본인의 자식들에게도 전해주기를 바랐고, 우리는 가족의 집과 땅에 대한 추억과 애착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정성으로 지은 집
기존 집은 한 건축가가 지은 벽돌집이었다. 철거 전에 집을 살펴보니 매우 꼼꼼하게 지은 흔적이 역력했다. 가족은 이 집을 물리적인 결과물로서의 건물이 아닌, 짓는 과정이 중요한 건축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 기억을 이어 가기 위해 우리는 1975년 벽돌집의 정성을 2019년에도 보여주고자 했다.
다시 짓는 집은 많은 것을 극복해야 했다. 세 면이 도로로 둘러싸인 모서리 땅이어서 사생활이 보호되기가 어려웠다. 동네의 좋은 풍경이 되는 동시에, 거주자는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집의 향과 시선의 방향에 따라 몇 가지 건축적인 장치가 필요했고, 우리는 그 장치들을 벽돌의 디테일로 해결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집의 큰 모양은 땅을 최대한 차지하도록 덩어리를 구성한 후, 필요한 부분을 비우는 방식으로 계획을 진행했다. 비워낸 부분은 창이 되기도 하고, 깎인 면이 되기도 한다. 그 비워진 부분은 기능적인 장치를 채워 넣어 거주자를 배려했다. 모든 창에는 서향의 빛과 주변 시선을 차단하는 벽돌 사선 루버를 설치하고, 테라스 등은 사선제한 법규를 만족하면서 2분의 1 이상의 개구부를 확보할 수 있도록 벽돌을 쌓았다.
우리는 필로티 구조를 피할 수는 없지만, 집으로 가는 또 다른 여정을 이 건물에서 경험하게 하였다. 필로티 구조의 주차장 반대편에 길에 접하는 현관문을 별도로 계획하여 차량과 상관없이 사람이 집에 들어가도록 하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복도를 만나고 각 집의 현관문은 긴 복도를 따라 배치되어 서로의 집을 보지 않도록 했다.
방으로 가는 여정
기존 집은 방으로 가기까지 담장 대문에서 주인을 부르고 정원을 지나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방으로 가는 여정이었다. 대부분의 다가구, 다세대 주택들 세대수가 많아져 1층을 필로티 구조로 만들어 차량에 양보한다. 차량 사이를 지나 어두운 건물 하부로 들어가 좁은 계단실을 만나게 된다. 우리 집 현관문을 열면 앞 집과 반가운 인사보다는 그 집의 거실을 엿볼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