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지일 글 & 자료. 이코스건축사사무소
#1. 데자뷰(deja vu)_인연
대상지는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인 이효석 선생의 생가가 있는 봉평면의 메밀밭 중 하나이다. 처음 대지를 보고 왠지 낯익은 느낌이 들어 기억을 더듬어보니, 십 여년 전 가족여행 중에 메밀꽃 축제를 구경하면서 거닐었던 바로 그 곳이었다는 기억을 되살렸다. 어쩌면 그때부터 인연이 시작되었는지 모르겠다.
#2. 기하학(geometry)_삼각형
대상지는 3개의 필지가 합쳐진 부정형 토지이다. 대지 선형을 이루는 선들을 가져와 걸려내고 단순화시키니 삼각형이 되었다. 무질서한 대지의 선들에게 질서를 부여하기 위해 정삼각형 매스를 제안하였다. 다행히 메밀꽃 씨앗이 가지는 삼각형 형태를 건축으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건축주에게 정삼각형 매스는 좋은 대안이었고,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삼각형 매스에 또 다른 삼각형을 천창이라는 요소로 첨가함으로서 홀에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생겼고, 건물이 놓일 자리에 있던 레벨차이는 단 차이가 있는 두 개의 홀로 반영되었다. 삼각형이라는 형태가 입면에서도 느껴질 수 있도록 제안된 초기안이 시공 중에 변경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3. 에필로그(epilogue)
건축주는 스페인에 거주하는 지인이 알려주었다면서, ‘밀, 참밀’을 뜻하는 ‘trigo(트리고)’ 라는 단어가 카페이름으로 어떤지 의견을 건냈다. ‘tri-‘ 라는 접두사가 뜻하는 ’3, 세 개로 된‘ 이라는 의미가 건물 형태와도 맞아떨어지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3개의 필지가 모인 대지에 3개의 면을 가진 cafe trigo는 이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장소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