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정훈 글&자료. 경계없는작업실 건축사사무소
길과 길을 연결하다
후암동에 위치한 ‘콤포트 서울Comfort Seoul’은 콘셉트 스토어, 카페, 전시 공간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다. 대지는 동쪽으로 소월로, 서쪽으로 해방촌으로 이어지는 두텁바위로와 면한다. 동쪽으로 높은 지대가 형성되어 소월로와 두텁바위로의 단차는 15m에 이르는데, 프로젝트 시작 단계부터 두 길을 연결하자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건물이 물리적 단차를 극복하는 장치를 넘어 그 자체로 다양한 활동을 담는 새로운 길이자 사람들이 모이고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공간이 되길 원했다.
역동적인 계단을 통한 공간 경험
두 길의 연결에 있어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요소는 건물의 계단이다. 콤포트 서울엔 상하부 두 개의 진입로가 존재한다. 서울 전경이 내다보이는 윗길과 아기자기한 골목길에서 시작하는 아랫길이 그것으로, 두 길을 연결하는 계단의 진행 방식과 이를 통한 공간 경험을 다각도로 고민했다.
윗길에서는 넓은 옥상 테라스를 지나 돌출된 계단을 따라 내려오게 되고, 골목의 분위기를 연장한 아랫길로 진입하면 건물 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분할된 매스를 통과하게 된다. 한쪽은 마을의 부감을, 다른 한쪽은 건물이 만드는 공간감을 느낄 수 있어 한층 복합적인 공간 경험이 가능하다. 두 시작점의 중간에 길과 평행한 계단이 있는데, 계단과 면한 부분을 다양한 외부 공간으로 조성했다. 원활한 보행을 위해 계단 폭은 법적 기준보다 넓은 1.5m로 설정해 활발한 이용을 도모했다.
입체적 구성, 다채로운 풍경
프로그램 구성 단계에서 주거 복합과 상업 공간을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 길과 길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전체를 상업 공간으로 구성하고 사적 공간을 최소화했다. 계단과의 관계, 각 층의 성격, 고도제한을 다방면으로 고려해 공간을 구성했다. 지하 1층은 대지 특성상 전면 도로와 같은 높이로 접한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을 활용해 층고를 높게 계획하고 전면 유리 파사드를 설치했다.
소월길 고도제한으로 기준층 층고가 낮기 때문에 1층의 복층 공간, 2층의 외부 마당과 연결된 층고 높은 공간을 구성했다. 1층에서는 외부 계단이 풍경이 되고 2층은 골목의 정경이 공간의 분위기를 만든다. 최상층인 3층은 계단을 최대한 북쪽으로 배치하고 전면 시야를 개방해 서울의 전경을 더욱 극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구성과 계단 배치 덕분에 각 층의 진입 공간마다 다르고 특별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오브제가 된 계단과 수평 처마
콤포트 서울이 오랜 시간 도시 속 의미 있는 장소로 남길 바랐다. 긴 시간을 넉넉히 버텨낼 재료와 다양한 변화에 대응하는 형태 및 질감을 고려한 결과 노출콘크리트의 거푸집을 활용해 계단, 슬라브, 옹벽을 구성했다. 먼저 공간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계단은 EPS 제작 거푸집으로 제작했다. 음영이 만드는 수직성과 리듬감을 부각하고자 세로로 난 곡선의 음각을 조밀하게 배치했다.
돌출된 처마는 층을 구분하는 수평 슬라브를 보다 강조하며, PET 합판이 만드는 담백함과 더불어 수평선의 리듬감이 수직 계단과 입체적으로 만나기를 기대했다. 건물 외피의 경우 기둥 보를 활용하여 벽체를 최소화하고 유리로 구성했다. 이로써 건물과 주변 환경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적극적으로 관찰하고 공간의 성격이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게 됐다. 건물을 감싸는 옹벽의 질감은 콘크리트를 쪼아 구현한 것으로, 기존 지형이 가진 거친 성격을 드러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