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스키마건축사사무소 skimA
九一三一 (9131)
DP9131은 경기도 하남시 미사지구의 새 단독주택 용지에 지어진 다가구 주택이다. 건축주는 좁은 필지에 세대 수를 늘리기 위해 나란히 두 가구를 병치하는, 일명 ‘땅콩집’을 원하지 않았다. 계획 당시 대지 주변에는 아무 건물이 없었다. 우리는 정방향 필지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하나의 건물로서 명료성을 갖는다는 목표를 삼았다.
이 집은 9 x 9 그리드 체계에서 시작해 아홉 개로 분할한 공간이 하나의 집으로, 세 가구가 하나의 집으로 조직화된 모습을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췄다. 공간적인 요구사항을 통한 형태적 변화와 매스의 분할이 아니라, 매스의 맞물림을 통해 하나의 건축물로서 간결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흘러가는 동선
아파트 생활만하던 건축주가 집을 지으면서 얻게 될 장점은 뭘까. 우선, 두 면만 외기에 접하는 아파트에 반해 네 면이 외기에 접할 수 있다. 둘째, 하늘을 가질 수 있다. 셋째, 복층이 가능하다. 넷째, 상대적으로 층고의 변형이 자유롭다.
이를 위해 우리는 효율적인 평면의 아파트에 비해 단독주택만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동선과 공간의 연속성을 확보하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우선 상부의 두 가구는, 남향인 정면과 후면의 완충녹지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ㄱ, ㄴ의 형태가 서로 맞물린 방식을 취했다. 각각의 가구는 흘러가는 동선에 따라 네 방향 전망을 모두 접하며 옥상 데크로 연결된다. 천창, 외부로 향한 창, 중정을 향한 창, 테라스, 경사지붕 등의 입체적인 공간을 통해 연속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외부와 면한다. 자연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단단한 무게
검은 현무암을 벽돌 삼아 켜켜이 쌓은 DP9131의 외부는, 향후 다채로운 색상과 재료로 채워질 주변 풍경 속에서 검은색의 고급스러운 무게감과 단단한 모습으로 자리하도록 계획했다. 건축물로서의 완결성과 간결성을 위해 단 하나의 외장재로 계획되었고, 이를 강조하기 위해 난간 등은 투명한 유리로 처리하였다. 일반적인 벽돌이 아닌, 실제 ‘돌’인 현무암 소공(개미굴)의 자연스러운 텍스처와 폴리싱을 통해 확보한 블랙에 가까운 색상과 광택이 특징이다. 현무암을 벽돌처럼 가공해 적층하면서 수평적인 줄눈의 결이 들어나도록 디자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