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현기 글 & 자료. 건축사사무소 리얼랩도시건축 reallab architects
“가족 간의 많은 대화 그리고 단란한 시간이 늘었으면 합니다.”
단독주택을 의뢰하러 찾아온 부부가 꾹꾹 눌러 써낸 노트를 건넸다. 건축주는 자연으로부터 위안을 얻을 줄 아는, 삶에 애정이 넘치는 분이었다. 사계절에 대한 변화를 온전히 느끼며 일상의 행복한 순간순간을 곱씹으며 살고자 했다. 특히 하나뿐인 아이가 자유롭게 뛰놀고 꿈꾸기를 바라며 설계를 의뢰했다. 부부와 아이 하나, 세 명의 가족이 꿈꾸는 모든 것을 담은 주택이라 하여 이름을 ‘꿈꾸당’으로 지었다.
75평의 행복
대지는 신도시의 지구단위계획 지역 내 블록형 택지다. 정형화된 땅과 다닥다닥 붙은 주변 필지들이 뚜렷한 단서를 주기에는 부족했기에, 가족이 그린 일상에 집중하여 설계했다. 75평의 대지에 연면적 52평의 주택을 지어야 했기에 법정 건폐율인 50%를 거의 채워야 했다. 그럼에도 외부공간은 답답하지 않고 아늑했으면 했고 동시에 사생활이 보호받는 공간이어야 했다.
먼저 외부공간의 아늑함을 위해 건축물 규모에서 오는 위압감을 최소화했다. 단층집 같은 아담한 형태이면서 필요한 구성은 모두 갖추고자 커다란 모임지붕을 구상했고 단순한 매스를 비워 내가며 전체적인 형태를 잡아갔다.
풍성한 내외부
평면상에서는 튼 ‘ㅁ’자 구조를 가지며 외부의 포치를 통해 들어가면 중정을 마주한다. 현관을 지나 바로 보이는 주 계단을 중심으로 남쪽에는 생활공간인 거실과 주방이 보이고 북쪽에는 오롯한 자녀방이 있다. 중앙의 다이닝에서는 중정의 낮은 담장을 통해 열린 하늘을 볼 수 있다. 자녀방에 있는 계단을 오르면 자녀만의 다락이 나오는데 창을 사이에 두고 2층 안방과 만난다. 외부에서는 중정부터 하늘까지 시원한 조망을 공유하고, 내부에서는 아이와 부모 간에 선택적인 소통을 할 수 있다.
2층은 온전히 부부의 일상이 담긴 공간으로 가족실, 안방 그리고 작업실로 이루어져 있다. 가족실은 모임지붕 면을 따라 거실을 향해 열려있어 각 공간에서 소통이 가능하다. 안방 또한 양개형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하여 가족실까지 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 이 같은 연결을 통해 때에 따라 공간적 위계를 설정할 수 있다.
또 거실은 외부 마당으로, 아이방은 높은 포치로 이어지는 것처럼 각각의 외부공간은 독립된 성격을 가지면서도 통합된 공간으로 풍성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렇듯 곳곳에서 열림과 닫힘을 통해 시선이 교차하고 만나면서 일상의 재미난 요소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