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정훈 글 & 자료. 건축사사무소 폼아키텍츠 + SAK 건축사사무소
주민을 위한, 주민에 의한
마을활력소는 지역 주민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하는 공공시설이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회의실과 공유주방을 대관할 수 있으며, 마을 카페를 이용할 수도 있다. 설계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주민에게 친밀한 장소가 되는 것이었다. 공공시설 특유의 물리적, 심리적 장벽을 낮춰 누구나 목적 없이도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공공공간을 계획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내부 각 실은 기본적인 장벽이 존재한다. 누구나 예약할 수 있지만, 반대로 예약하지 않으면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이다. 설계자가 운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예약하지 않아도 주민들이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늘려 참여와 이용을 높이고자 했다. 언제든 방문할 수 있고 누구나 사용 가능하며 편히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다면 비로소 주민들을 환대하는 장소로 자리매김 하리라 생각했다. 나아가 이렇게 모여든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다시 마을 활력의 근간을 이룰 것이었다.

대지를 통과하는 마을길
배치에서 주요하게 고려한 부분은 대지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통로를 만드는 것이었다. 건물이 들어서면 서측의 폭 4m 도로가 대지에 편입될 예정이었다. 이 도로는 주민들이 거여역으로 이동할 때 사용하는 지름길이다. 사라질 도로를 대신해 건물을 통과하는 새로운 마을길을 내면 주민들에게 편리한 동선을 제공할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마을활력소와의 접점을 늘릴 수 있을 터였다. 이에 건물을 관통하는 길을 계획의 우선으로 삼았다. 즉 마을길 개념은 설계의 출발점이자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마을길에 접하는 마당과 개방형 주민공간
주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인 개방형 주민공간을 마을길에 접하도록 했다. 대지의 레벨차로 인해 마을길은 건물의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접하여 지나게 되는데, 길과 만나는 부분에 카페와 개방형 로비, 프로그램실을 배치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각 실과 운영에 필요한 사무공간은 지상 2층과 3층에 각각 나누어 계획했다.
주민들이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을 늘리기 위해 마당을 계획하는 일에도 비중을 뒀다. 외부는 내부에 비해 이용에 있어 심리적 장벽이 훨씬 낮다. 마을길에 연접해 쉬어가기 좋은 벤치와 마당을 계획하면 주민들이 점유할 수 있는 면적이 크게 늘어날 터였다.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 활력소 내부에 대한 관찰이 이루어지고, 이로 인해 시설에 대한 관심도와 이용도도 높아지리라 기대했다. 이에 마당을 개방형 주민공간과 함께 배치했다. 다만 구청과의 협의 과정에서 지상 1층 마당이 지하화되었는데, 설계자로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