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현기 글 & 자료. 아오미 스튜디오 AOMI STUDIO
대지는 광안리의 한적한 주택 밀집 지역으로 대단지 아파트와 오래된 단층집, 다세대 빌라가 뒤섞여 있다. 40평 남짓의 모서리 땅에 지어질 건축물은 현대와 과거 그 사이에서 균형에 맞게 ‘공존’해야 했다. 작은 대지에서 하나의 큰 매스가 주변을 이끌어 자연스럽게 군집이 형성되길 원했다. 동네에서 이질감이 들지 않게 외관의 채도를 낮췄고 전봇대를 기준으로 건물의 레벨 차를 두어 도로에서 보이는 세 면의 매스를 각각 달리했다.
모서리 땅 외곽을 꽉 채우는 것으로 설계를 시작했다. 크지 않은 땅 특히, 구도심의 주택 밀집 지역에 주차 공간을 확보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정북 일조권 영향으로 북쪽의 옆 건물과 1.5m 이상 띄어야 했는데 이곳에 시원한 주차 공간을 두고 나머지 세 면의 실내 공간은 채광에 유의하여 배치했다. 또 1층의 상가와 건축주 집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출입구를 달리했다. 상가 출입구는 도로 어디서나 보이도록 했고 집 출입구는 높은 벽과 복도를 두어 오갈 때마다 사생활을 보호받고 개구부를 통해 동네 풍경이 좀 더 극적으로 보이게 했다.
작은 대지에 건축주가 요청하는 공간을 수평적으로 배치하기엔 다소 무리였다. 이에 수직 구조로 설계하여 주 사용 공간을 고려한 작업실-거실과 주방-안방 순서로 동선을 연계했다. 누구나 집을 짓는다면 자신의 로망을 담은 공간을 원한다. 작가인 건축주는 일과 취미가 공존하는 집을 원했다. 이에 2층은 영감과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으로서 한쪽에는 건축주의 사랑을 듬뿍 받는 파충류가 사는 유리 온실이, 맞은편에는 수백 개의 피규어들이 벽면을 가득 채운다. 또 천장을 마감하지 않고 노출시켜 개방감을 주고 형형색색의 피규어가 돋보일 수 있도록 전체를 흰 배경으로 했다.
계단실에는 ‘ㄱ’자 창을 두어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시간의 흐름과 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3층은 주방 겸 거실로 2층의 작업실과 4층의 안방 사이에서 전이 역할을 한다. 와인을 좋아하는 건축주를 위해 주방을 바(Bar)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해 작업실과 침실을 오가며 쉬거나 모임 공간으로 기능한다.
4층은 최상층이자 가장 정적인 공간이다. 도심 속 전원주택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테라스 창문 맞은편에 벽을 높게 올려 외부로부터 사생활을 보호하고 동시에 조경을 보며 안식을 취할 수 있다. 또 유리 난간으로 보이는 광안동의 밀집된 풍경을 끌어들여 안팎의 소통을 유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