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지아 글 & 자료.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
용인 동백 택지지구에 위치한 구구당은 70평 대지 위로 안채 40평, 별채 4평, 주차 공간 6평으로 구성된 4인 가족을 위한 3.5L 패시브하우스다. 난방 에너지 요구량은 35.49 kWh/㎡·a이고, 기밀성능은 0.18회/h (n50pa), 그리고 1차 에너지 소요량은 167 kWh/㎡·a 이다.
건축주는 그동안의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건강하고 따뜻하면서도 추억을 품고 자라나는 고향 집을 짓고자 했고, 그 연장선에서 패시브하우스를 선택했다. 건축주가 설계 시작 시 보내온 단독주택에 살고자 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흙을 밟고 살고 싶다.
2. 매트 없는 집에서 살고 싶다.
3. 아이들이 독립한 후에도 같은 집에서 살고 싶다.
구구당의 첫 출발은 패시브하우스라는 기술적, 환경적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정서적, 공간적 요소를 더하는 일이었다. 우리가 ‘잘 산다’라고 표현할 때, 이는 물질적 풍요와 풍족이 아닌 구성원들 간의 정서적 사이(관계)가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건축의 관점에서는 공간과 장소의 관계가 긴밀하고 적절하다고 바꾸어 말할 수도 있다. 구구당의 디자인 목표는 패시브하우스라는 물리적(채광, 단열, 환기, 기밀 등) 따뜻함과 삶과 생활로서의 정서적 따뜻함을 더하는 것이다.
외부에서는 안마당을 중심으로 별채와 안채, 회랑(진입·주차공간)과 2층 테라스가 긴밀하게 관계 맺고 있다. 별채와 회랑 상부의 2층 테라스는 내향적인 안마당의 한계를 극복하며 가로로 열려있는 외향적인 테라스 역할을 하고, 2층 내부 공간과 연결된다.
외부 공간의 중심이 안마당이라면 내부 주생활 공간의 중심으로는 마치 넓은 마루나 평상을 연상시키는 보이드 아래의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은 2층으로의 이동을 위한 계단과 책장을 배경으로 2층 복도와 아이들 방 그리고 다목적 용도의 방을 이어주고 통합한다.
1층의 보조 주방은 건축주가 바란 대로 식당과 거실, 현관과 안마당까지 일하면서도 바깥을 잘 내다 볼 수 있는 구조로 계획했고, 2층의 가족실 겸 스터디룸은 다목적 용도의 방과는 4연동 도어로 연결, 분리되면서도 텃밭이 조성될 외부 테라스와는 수평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기본 계획이 완성되던 날, 프로젝트의 이름을 고민하다가 구구당을 떠올렸다. 이름에는 여러 가지 뜻이 얽혀 있는데, 첫 번째는 계약한 날이 2020년 9월 9일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패시브하우스의 뜻을 쉽게 전달하고픈 단어를 찾고 있었는데 ‘따뜻한 집’, ‘건강한 집’ …. 그러던 중에 떠오른 한자어가 따뜻할 구(昫)자에 오래갈 구(久)자 였다. 따뜻함이 오래간다는 것은 곧 물리적, 기술적 의미의 따뜻함과 쾌적함에 더해 정서적, 공간적 따뜻함을 추구하는 삼간일목의 작업 철학이 보태어진 건강한 지속성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구구당이라는 이름의 결정적 인연은 알고 보니 건축주의 두 아들 이름 끝 자가 구자 돌림이었다.
따뜻함에 따뜻함을 더한 구구당이 건축주의 바람처럼 오래도록 건강하고 사이좋게 작동하며, 소중한 기억과 추억을 품고 자라나는 고향 집이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