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정훈 글 & 자료. 해담건축
스테이 ‘선유재’의 첫 번째 뜻은 ‘신선이 거니는 숲속의 집’이다. 건축적 관점에서 두 번째 뜻을 풀자면 ‘소월숲의 계곡과 산을 모티브로 한 산수일체의 집’이다. 이 집의 독특한 점 중 하나는 기초판을 지면에서 들어올린 플로팅 플레이트 기법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삼척 죽서루나 안동의 병산서원처럼 땅에서 분리된 듯, 누각과 같은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서다.
30평대 초반의 작은 규모이지만 대공간 구조와 흐르는 듯한 모양의 처마를 구현했다. 이를 위해 철근콘크리트, 스틸, 경골목재를 합한 하이브리드 구조를 이용했다. ‘흘러가는 집’을 바란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만족하는 동시에 내진에 특화된 구조로 계획했다.
곡선형 외벽의 흙미장과 유선형 지붕의 재질은 아스팔트 슁글이다. 물고기나 용의 비늘, 소나무 껍질 같은 느낌을 의도했다. 고가의 금속을 지붕에 사용했다면 더 유려했을지 모르나 절감한 비용으로 외부 플로팅 데크를 석재로 단아하게 마감하고 내부 마감에 좀 더 신경 썼다.
외관의 유선형은 실내까지 이어진다. 장식적 면모를 강조하기보다 내외부 모두 ‘선유線流’라는 공간의 근본 취지에 부합하길 바랐다. 이로써 내부는 외부 형태의 근간이자 외부는 내부 형태의 근간이 된다. 문방사우도처럼 언뜻 보면 선형이나 들여다보면 다양한 입체를 갖추고 있어 이름과 안팎이 일치한다.
거실은 높이 5m에 달하는 아치형 대공간으로 구성되어 역동적인 분위기이며, 옹이가 없는 무절 히노끼 루버가 마감재로 사용되어 짙은 향을 풍긴다. 하나의 집에서도 다양한 장면을 연출하고자 두 개의 아치로 벽을 구성했다. 상하로 높이 열린 창으로 소월숲의 사계를 즐기거나 보름달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창은 주방 속 역아치 모양의 낮은 처마선과 대비를 이룬다. 작은 방의 천장은 평평하나 큰 방에 들어서면 다시 높은 아치형 천장이 나타난다. 침실에 들어섰을 때 장면 전환을 통한 대조를 꾀한 것이다.
자쿠지 공간은 진올리브 색으로 마감해 청량감과 동시에 무게감을 부여했다. 자쿠지에 몸을 담근 채 계절에 따라 아름답게 변화하는 소월숲과 산 능선의 변화를 즐길수 있다. 화장실에 앉아 안개 낀 가을 아침의 여유를 즐기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바비큐 시설이 있는 공간은 거푸집 노출형의 무장식 콘크리트 벽체로 뾰족하고 정갈한 지붕이 있는 외부와 더불어 전망을 즐길 수 있는 별채처럼 구성했다.
선유재는 현대적 주택에 조선 스타일의 공간 구현을 목표로 한 꾸준한 시도의 산물이다. 처마 형태 및 자재의 변경, 툇마루의 변형, 산수경관의 투명성에 대한 해석과 경관 반사, 부유하는 기초판과 같은 부분이 그 흔적이다. 이곳에 잠시 머무는 이들에게 이 같은 고민이 선물처럼 기억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