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정경화 글 & 자료. 일상건축사사무소
부모님의 안락한 휴식처가 될 집
2021년에는 이상할 정도로 시골에 거주하는 부모님의 집을 짓고 싶다는 문의가 많았다. 둥글집도 마찬가지였다. 그 과정을 함께하면서 집을 소유하게 되는 굉장히 이상적인 전개라고 생각했다. 부모 곁을 떠나 타지에 사는 건축주는 시골에 계신 부모님의 집이 마음에 걸렸다. 아들은 부모의 품이라는 가상의 공간과 집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고,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게 된 그는 이제 부모님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노후를 보낼 집을 짓기로 한다.
아버지의 손길을 담아
건축주의 아버지는 예전에 콘크리트 건물을 짓는 데 필요한 거푸집 틀을 제작하는 형틀 목수로 일했다. 그 경험을 살려 둥글집의 뼈대를 만드는 일에 직접 나섰다. 조금 투박하고 거친 모습이 되더라도 구조적으로 문제만 되지 않는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일상을 오롯이 담는 집
부모님의 일상을 위해서는 개방감과 안정감이 동시에 필요했다. 도로에서 한발 물러나 마을에 위화감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눈높이 정도의 높이로 담장을 지었다. 낮은 담장은 주변을 시선을 적당히 차단하면서 안쪽의 마당을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보호하는 장치가 된다.
넓은 대지를 쓸모 있게 활용하기 위해 매스는 전체적으로 펼쳐 놓는 형태로 설계했다. 매스를 여유롭게 배치하고 주변에는 훗날 텃밭으로 쓸 수 있는 넓은 마당과 건물 사이의 정원, 창고와 자전거 주차장 등을 계획했다. 또한 동네 주민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일이 잦은 시골 생활의 특성을 반영해 거실과 주방, 평상과 마당을 하나의 영역으로 만들어 전면에 두고 사적인 공간과 구분했다.
건물 사이에 자리한 작은 정원을 감상하며 복도를 지나면 부부의 침실이 나타난다. 이곳은 벽 대신 한식 미닫이 창호를 설치해 복도와 영역을 크게 구분하지 않았다. 그 결과 평소에는 복도까지 침실의 영역으로 포함해 너른 공간감을 확보하고, 정원을 향해 열어 두었다.
이번 작업을 하며 집의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값비싼 마감재나 고효율의 전자제품, 넓은 공간은 어쩌면 아주 작은 요소다. 집이 단순히 평으로 계산되는 물리적 공간보다는 구성원끼리 에너지를 주고받는 장소이길 바란다. 어린 시절, 친구 집에 놀러 가면 집마다 다르게 풍기던 특유의 집냄새를 맡았던 기억이 있다. 그 일상의 냄새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인상적이고 멋스러운 주택이 많아졌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