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정경화 글 & 자료. 재귀당건축사사무소
프로도의 집
자갈자갈은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남편과 긍정적인 성격의 아내, 화초를 가꾸고 재봉틀을 다루는 등 손기술이 뛰어난 이모, 과묵한 아들과 베이킹을 좋아하는 딸, 이렇게 각자의 자기다움을 지닌 5인 가족이 지내는 집이다. 건축주 가족은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했기에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프로도의 집과 같은 모습을 원했다.
대지는 약 80평 규모로 북서쪽 도로에 면해 있다. 사람들이 왕래하는 북쪽 도로로는 창을 최소한으로 두어 묵직한 볼륨감을 주고, 남쪽으로는 사적인 마당을 계획했다.
현관에 들어서면 프라이빗한 마당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중문을 기준으로 오른쪽에는 이모의 공간을 독립적으로 배치했다. 이곳에는 화장실과 샤워실을 따로 계획했고, 취미인 화초 가꾸기를 할 수 있도록 테라스를 두었다. 테라스를 지나면 가족이 공유하는 마당이 나타난다. 중문의 왼쪽에는 살롱과 주방 등 가족의 공간이 있고, 2층으로 올라가면 부부의 침실과 아이들의 방이 자리한다.
가족의 모임 공간, 살롱
아이들은 사춘기에 접어들기 전부터 소소하게 이런저런 가족 활동을 해왔다. 그중 가장 중요한 이벤트가 매주 일요일, 가족이 모여 함께하는 모임이다. ‘옳고 바르게’라는 뜻의 ‘잘’에서 탄생한 집의 이름 ‘자갈자갈’도 일요일 모임에서 함께 정했다.
아파트에서 기본이 되는 소파와 TV가 있는 거실의 개념 대신 가족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큰 스크린으로 축구와 야구를 보고, 같이 오락을 즐기는 다목적 놀이터를 만들기로 했다. 꽤 넓은 공간을 비워두고 이곳에 살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계절을 느끼는 집
살롱의 경계를 짓는 벽은 프로도의 집을 생각하며 디자인했다. 벽면의 한쪽은 책장과 윈도우 시트로 계획하였고, 중정을 향해 4m가 넘는 창을 냈다. 가족들은 이 창을 보며, 바뀌어가는 계절을 감상하고 눈과 비, 그리고 햇살을 즐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