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정훈 글 & 자료. 코어건축사사무소
기후 위기에 대비한 한강 시설
2020년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한 장마로 인해 한강공원이 범람했다. 2011년 이후 9년만에 한강대교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됐으며 그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2020년 내린 집중호우는 역대 최장기간인 51일을 경신해 54일을 기록했다. 이렇듯 한강공원에 설치된 편의 시설들이 생각보다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에 서울시는 매년 반복되는 장마철 침수 피해에 대비하고자 한강 시설들을 부력식 건축으로 전환해 자연재해로부터 재산을 보호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강공원은 인구 천만의 도시 서울에서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쉼터이며 소극적인 휴식부터 적극적인 활동까지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는 문화와 레저의 공간이다. 운동 시설, 매점, 공중화장실 등 다양한 편의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한강 환경에 대응하는 노출된 도형들
한강 매점은 대체로 사람들의 통행량이 많은 곳에 위치하나 기존의 매점은 이러한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설계되었다. 공간적 유연성이 부족해 저장 공간이나 설비 공간 등이 무분별하게 덧대어진 매점들은 사용자의 불편을 초래하고 한강의 경관을 저해하고 있다. 나아가 매점의 구조와 평면 구성, 재료 등이 자연과 도시가 공존하는 한강공원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점에 주목해 건축가는 양화 한강공원의 주변 환경(한강-철교-여의도 마천루)을 조망할 수 있고, 다양한 방향에서 접근 가능한 건물을 계획했다.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부속 시설들은 오히려 적극적인 디자인 어휘로 사용했다. 사용상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부속 시설들은 각각 순수한 도형의 형태를 따르고 있으며, 이 형태가 건물 외부 전면으로 드러나도록 했다.
전체적으로는 원형 데크로 순환형 동선을 구성해 조망과 함께 편리한 동선, 공간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건물 네 면에 수직 동선, 실외기실, 창고 등을 계획해 향후 무분별한 시설 증축을 방지하고자 했다. 건물 외벽재로는 유리를 사용해 주변을 향한 조망과 건물의 개방감을 확보하고, 물에 뜨는 부력식 건물의 특성을 고려해 가벼운 재료로 마감했다. 적극적으로 노출된 도형들은 한강 공원을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생경한 풍경을 선사하고 이로 인해 매점이 하나의 조형적 시설물로 인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