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현기 글 & 자료. 구중정아키텍츠
카페: 모두를 위해 열린 공간
오늘날 카페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모두를 위한 상업적 공공영역이다. 이러한 공공영역은 불특정 다수의 방문자가 자유롭게 방문하고 향유할 수 있는 환대의 공간이 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생각으로부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건물이 앉힐 대지는 전면도로보다 약 1.5m가량 낮게 꺼져 있었으며 도로에 접한 폭이 좁고 긴 형상이었다. 이러한 대지에서 여러 디자인적 이슈가 발생했는데, 첫 번째는 대지 단차를 극복하고자 높은 도로와 낮은 대지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전면에 면한 폭이 좁은 대지의 특성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건물과 외부공간을 배치함으로써 카페 방문자들의 움직임을 대지 내부로 끌어들이고자 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바다와 직접 접하지 않는 아쉬운 대지 조건을 극복하고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풍부한 내, 외부공간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장소와 관계 맺는 건축 (땅과 밀접한 건축)
전면도로보다 약 1.5미터 낮게 꺼져 있는 대지에 건물을 앉히기 위해서 대지 전체를 성토하여 도로 레벨과 맞추는 토목공사를 할 것인지, 건물 전체를 대지로부터 띄워서 도로 레벨과 맞출지를 결정해야만 하였다. 불필요한 토목공사를 최소화하면서도 건물이 기존의 땅과의 관계성을 상실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건물의 진입 레벨을 도로 레벨과 맞추어 보행자들이 길에서 대지 내로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건물의 내부는 스킵 플로어 형식으로, 외부는 완만한 경사로로 구성함으로써 서로 다른 두 개의 레벨을 연결하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건축이 땅과 밀접하게 관계를 갖도록 하고 방문자들은 내부와 외부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이 장소의 모든 영역에 접근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풍부한 경험의 공간 (내, 외부 공간의 조화)
대지의 입구는 폭이 좁고 안쪽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호리병과 같은 형상이었기 때문에 대지의 길이 방향으로 좁고 긴 매스를 배치했으며, 대지의 입구에는 여백을 두고 거리로 열어서 방문자들이 자연스럽게 대지 내로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대지 안쪽의 여백에는 건물에서 뻗어 나오는 담장을 통해 내부 공간을 확장하고자 외부 공간을 만들었다. 입구로부터 연결되는 안쪽의 외부 공간은 방문자들의 움직임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발견될 수 있는 매력적인 정원으로 조성했다. 그리고 건물 내부의 계단을 통하여 지붕의 루프탑 공간으로 접근하도록 하여 도로 맞은편의 바다와 마주할 수 있도록 했다.
경관으로서의 건축 (수평적인 건축)
대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배치계획을 통해 도출된 단층의 긴 매스에 가로로 긴 처마를 내밀어 건물의 표정에 깊이감을 더하는 동시에 수평성을 강조하여 거제도의 자연경관과 조화를 의도했다. 이렇게 돌출된 긴 처마 끝에는 높이 1.8m의 수벽 띠를 매달아 내부에서 외부로 뻗어나가는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보이도록 했다. 수벽은 단순히 건물의 수평성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45도의 각도로 내려치는 거제도의 매서운 비를 막아줄 수 있도록 높이를 갖춘 형태로 디자인했다. 또한 2m가량 돌출된 처마의 절반을 오픈시켜 빛과 그림자가 수벽 안쪽에 드리우도록 하여 빛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성을 담은 건축 (산업과 자연)
건축주는 미래소년 코난의 배경이 되는 산업도시 ‘인더스트리아’와 자연의 섬 ‘하이하버’로부터 영감을 받아 이 카페가 거제의 산업(조선업)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공간이 되기를 원했다. 외장은 어둡고 거친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주고자 했다. 또한 실내 공간은 거제도의 산업 유산인 조선업을 상징하는 철을 주재료로 사용하여 가구들을 디자인했으며, 둥근 천정을 만들어 마치 배 안에 들어온 느낌을 주고자 했다. 그리고 외부 공간은 거제의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늘을 담은 닫힌 정원을 조성했다. 이렇게 산업과 자연이라는 상반된 특성을 건축의 내, 외부 공간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지역성을 담아내고자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