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현기 글 & 자료. 필동2가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PD2GA Architects
남산동 주민공동시설은 마을 주민을 위한 건축물로써 추후에는 수익을 내어 마을의 활성화를 도울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됐다. 대지는 평림천이 평야를 적시며 황룡강과 합류하는 곳으로 기존에 노인정이 있던 자리다. 풍화된 집들과 오래된 세월을 짐작게 하는 높은 가로수는 마을의 자연스러운 배경이 됐다. 주변과는 달리 마을은 느리게 변화했고 어쩌면, 우리는 그 모습을 지키고 싶었는지 모른다.
계절마다 가지각색으로 물들이는 너른 평야에 들어설 건축물은 자연을 그대로 받아주는, 여러모로 단순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최소한의 건축으로서 외부 구획을 통해 자연을 마당으로 끌어들이기로 했고 담장과 배치를 이용하여 다양한 외부 공간을 구성했다.
도로변에 접한 부속동과 본동은 주변 평야에 열려있고 담장 위로 얹힌 콘크리트 캐노피는 외부와 출입구의 경계를 알린다. 도심에서 건축의 경계 표시 수단으로 전락한 담장을 한국 전통 건축의 담장으로 회귀하여 건축물을 감싸듯이 외부와 선을 긋는 형태로 구현했다.
다양한 재료가 사용될 경우 오래된 마을을 혼탁하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여 콘크리트라는 단순한 재료로 마을의 배경이 되고자 했다. 콘크리트 표면을 다양하게 가공하면, 해의 고도와 계절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나타낸다.
박공지붕의 오래된 창고는 계획된 담장을 치맛단 삼은 신, 구가 그리 어색하지 않다. 외부 시선이 차단되는 높이의 콘크리트 치핑 담장 안마당은 공간에 집중하게 하는 효과를 주고 전통 건축의 살림집처럼 따스하다. 또 후정의 오래된 담장 뒤 낮은 처마선과 문양 거푸집 담장이 공간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