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현기 글 & 자료. 나우랩 건축사사무소 NAAU LAB ARCHITECTS
젊은 부부인 건축주는 양가 부모님을 포함한 여덟 식구가 모여 살 흥미로운 집을 요청했다. 넉넉하지 않은 면적의 집에서 구성원이 생활하면서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조건. 이에 큰 덩어리에 작은 덩어리 3개가 붙어있는 이미지를 상상하며 세 가정이 어떻게 해야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대지 남측에는 3층 높이의 이웃집과 가깝고 도로와 인접해서 프라이버시 확보가 쉽지 않았다. 이러한 환경은 채광과 외부공간을 만드는 방식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설계 초기에 여러 대안을 검토하며 두 가지 해답을 찾아냈다. 1) 충분한 외기와 채광을 위해서 집의 볼륨은 대지처럼 다각형의 뚱뚱한 편이 좋다 2) 이웃집이 있는 남측에는 창문을 최소화하고 대지 경계선에서 2미터 이상 띄어 차면시설은 없는 걸로 한다. 이를 통해 외부 공간의 폭을 넓혀서 주차 공간을 만들고, 집은 다각형의 각 면에 창문을 배치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가용면적 80평에 독립된 세 영역이 필요했다. 주방을 각 가정에 모두 배치하면 면적 해결이 어려워 적절히 공유하도록 했다. 전체를 수직으로 잘라 큰집, 작은집을 나눴다. 1층에 주방이 포함된 작은 집은 시부모님이, 큰 집에는 처부모님이 자리했다. 1층 화장실은 계단실에서 두 집이 양방향으로 문을 열어 쓰는 방식이다. 2층에는 건축주 부부와 아이들이 살며 처부모님의 주방과 공유한다. 1층 현관에서 큰집, 작은집으로 나눠지고 다시 큰집에서 1층, 2층으로 나눠진다. 특히 현관은 언젠가 집을 임대로 바꿔야 하는 경우를 생각했다. 가로로 넓은 현관 중간에 벽을 세우면 두 개의 현관이 된다. 임대용 주택으로 용도 변경이 가능한 지역이라 계획할 수 있었다.
대가족의 소통을 위해서 유연하게 나누고 합쳐지는 공간을 생각했다. 함께 쓰는 현관을 온 가족의 1차 소통 공간으로 생각했고 양가 어르신들의 소통을 위해 1층 각 거실에서 보이는 서쪽 정원을 공유한다. 2층에서는 자녀들을 공유의 매개체로 봤다. 계단 공간을 슬라이딩 문으로 여닫을 수 있게 해서 자녀들이 편하게 왕래할 수 있다. 동쪽 테라스는 시부모님과 건축주 부부가 함께 쓰는 테라스로 계획했다.
각각의 공간에서 빛이 어떤 식으로 들어오는지, 밖에는 뭐가 보이는지 등 복합적인 고민을 했다. 창의 비율과 크기, 위치를 잡아나가는 과정은 직관적인 작업이다. 그간의 설계 경험에 의존해서 배치한 창이 집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거주자 입장에서 창을 상상하면서 풍경이 좋은 포인트에는 넉넉한 조망창을 열고, 빛이 필요한 곳에 천창과 고창을 배치했다.
다양한 외부공간이 충분히 있어야 거주성과 단독주택만의 장점이 커질 것으로 생각했다. 집을 다각형으로 계획하면서 하나의 큰 정원보다 작은 정원이 몇 개로 분리되어 집 주변에 만들어졌다. 높은 담장 설치가 가능한 지역이라 각각의 정원에서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 2층의 실내를 1층보다 작게 설계하면 2층 남는 공간은 자연스럽게 테라스가 된다. 2층 테라스는 외부의 시선을 걸러주는 여과지 같은 공간으로 계획했다. 마찬가지로 다락도 면적을 조절하여 남는 공간에 부부와 아이들을 위한 루프탑으로 활용했다. 결론적으로 외부공간 계획은 가정마다 독립적인 외부공간을 갖도록 하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