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지일 글 & 자료. 바이석비석 BY SEOG BE SEOG.
취향趣向에 진심인 곳
디자인의 본질은 아름다움(美)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 대상이 공간이라 할지라도 그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아름다움을 위해 취하는 기준은 각 프로젝트마다 다르다. 또한 그 결과물 자체가 빛나는 것이 목적일 수도 있지만, 그 결과물 안의 무언가가 빛나는 것이 목적일 수도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후자의 목적을 가지고 시작했다. 공간 자체는 그와 관계된 모든 것 중 가장 뒷줄에서 그들의 든든한 배경이 되기로 한 것이다.
오프닝OPNNG은 표면적으로는 와인을 즐기는 바Bar이다. 그리고 좀 더 깊이 그 의미를 파고든다면 그곳은 단순히 바로서의 표면적인 의미 너머의 본질을 가지고 있다. 오프닝은 우리의 도처에 깔려 있는 짧은 시간 열광하고 소모되는 것들이 아닌 깊고 오랜 시간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들을 위한 곳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좋은 취향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함께 즐기는 공간이다. 그런 까닭으로 그곳의 메인 주류는 와인이며, 아티스트가 자신의 열정과 영혼을 불어넣은 작품이 공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대중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가구와 조명들이 함께 하고 있으며, 소리와 맛 또한 진심을 다해 공간을 풍성하게 채워주고 있다. 이러한 오프닝의 공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디자이너로서 깊은 고민이 되었지만 더불어 매우 뜻깊은 일임은 분명했다.
양보讓步, 자신의 자리를 기꺼이 내어 주다.
작업한 공간들에서 주인공은 대부분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용자였다. 그리고 그 바로 뒷자리 정도에 공간의 디자인 결과물이 보이길 바랐다. 오프닝에서의 공간의 자리는 바와 관련된 모든 것들의 가장 뒤에 배경으로 서 있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공간을 채워주고 있는 것들에 누가 되지 않게 적절한 분위기 속에서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서 있어야 한다.
오프닝 공간에는 현시대에 한국 미술을 선도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미술 작품이 있다. 공간의 구조와 분위기는 “갤러리에서 와인을 음미한다면”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풀어냈다. 공간의 구조는 작품을 위해 단순화되어야 했고, 공간의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주는 소재와 조명의 이미지 또한 작품을 기준점으로 선택되었다. 이는 바라는 본래의 기능과 갤러리라는 부연 이미지 측면의 기능이 상충되면서 공간에 교묘하고 아슬아슬한 느낌의 공기를 은연중 불어넣었던 것 같다.
심상心像, Image
공간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어떤 면에서 생각하면 굉장히 단편적일 수 있다. 그 공간이 가지고 있는 기능이나 목표로 하는 목적지에 의해 보여지는 것을 표현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지만 거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그 공간을 바라보았을 때, 서 있을 때, 사용해 보았을 때의 느낌 또한 사용자 또는 운영자 그리고 디자이너 모두에게 시간을 너머 그 공간을 기억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오프닝은 그 심상(心像)을 꾹꾹 눌러 담아 고객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