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현기 글 & 자료. 제로리미츠 건축사사무소 Zerolimits Architects
도심에서의 주거 형태는 여전히 각자의 삶의 방식과 개성에 상관없이 보편적이고 효율적이며 경제적인 공동 주거를 지향한다. 대부분의 도시민은 이러한 주거 공간에서 살고 있다. 건축설계가 직업인 나 역시도 인생의 대부분을 공동 주거에서 큰 불만 없이 생활해왔다.
하지만 근래에 공동 주거의 효율성과 반하는 여러 단점이 대두되고, 주거 형태에서도 개성과 취향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서 ‘하이홈’의 건축주 부부도 건축을 결심하게 됐다. 건축주 부부는 도심 내 소유하던 20평대 아파트를 처분하고 집을 지을만한 지역을 찾던 중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상도동을 선택했다.
대지는 30평 미만의 고지대로 쉽지 않은 건축 여건과 접근성을 가졌으나 한편으로는 고지대의 좋은 전망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젊은 건축주 부부와 오랜 시간 함께한 반려견(하이)가 함께할 집은 각 층을 독립된 공간으로 계획했다.
대지의 열악한 경사를 보완하기 위해 각 층에 스킵 플로어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토목 공사 양을 줄이고 부수적인 수납공간을 최대한 확보해 작은 공간이 갖는 단조로움을 극복하고자 했다. 각각의 공간이자 각 층을 연결하는 많은 수직 동선은 주거 공간으로서는 단점이 될 수 있지만 작은 집이 가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됐다. 또 이 대지의 장점인 전망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테라스의 위치를 매스와 일체화했고 이는 건축물 입면의 구성 요소가 됐다.
사람들의 개성과 취향이 모두 다르고 삶의 방식 또한 각양각색이라면, 삶을 담는 그릇이라는 건축의 근본적인 명제 또한 다양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제로리미츠를 믿고 찾아온 젊은 건축주 부부와 반려견 하이의 일상이 이 집을 통해 앞으로 좀 더 특별해졌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