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정훈 글&자료. 스튜디오 에스에이엠
40년의 시간을 담은 집
쌍문동 언덕집(이하 언덕집)은 45년 된 지상 2층 및 지하 1층, 연면적 30여 평의 집이다. 언덕집 주변에는 비슷한 형태의 주택들이 대지 형상에 맞게 이리저리 배치되어 동네 풍경을 이루고 있다. 자칭 ‘집 장사’라고 하는 전 주인 할머니는 이 집을 포함한 일대의 여러 집들을 지었다고 했는데, 언덕집은 짓고난 후 한 번도 수리하지 않고 사용해 왔다고 전했다.
언덕집의 새 주인이 될 이들은 젊은 부부였다. 집안 곳곳 오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기존의 언덕집은 마치 시간이 멈춘 공간 같았다. 리노베이션 계획 전 확인차 천장과 벽을 뜯어보니 생각보다 상태는 더 심각했다.
1층은 1970년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평면 구성을 따랐다. 가운데 거실을 기준으로 현관, 문간방, 안방과 주방, 화장실이 있고, 2층은 중앙의 가족실을 기준으로 양쪽에 방과 창고가 배치된, 이른바 중앙집중식 평면이었다. 젊은 부부에게 이 같은 옛날식 평면은 어울리지 않았다. 대수선을 통해 벽을 허무는 것은 오래된 구조에 무리한 공사를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에 기존의 낡은 부분을 보완하면서 2020년대 라이프스타일에 맞게끔 고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1970년대 집에서 2020년대 집으로
기존의 현관 앞에는 단차가 커 이용하기 불편한 계단이 있었다. 우선 이 계단을 오르기 편한 완만한 높이로 바꾸고 계단 아래는 택배함을 두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현관 근처의 문간방은 새로운 현관과 세면대, 화장실 및 샤워실로 바꾸었다. 이 과정에서 진입 동선이 길어져 실내가 더 크고 넓어 보이게 됐다.
한편 기존의 현관은 벽으로 막고 수납공간으로 활용했는데, 덕분에 더욱 아늑한 분위기의 거실이 탄생했다. 이외에도 기존 화장실은 세탁 및 다용도실로, 주방은 드레스룸으로, 안방은 주방으로 재조성했다. 개별 공간의 기능을 다양하게 변경했지만 실내 벽체는 최대한 존치하며 공사를 진행했다.
2층 가족실은 서재로 바꾸고 벽 선반에 작은 개구부를 뚫었다. 서재의 에어컨 바람이 안쪽 TV 룸까지 닿고 두 공간이 한 공간처럼 인식되길 바란 의도다. 2층 발코니에는 자연방부목을 사용해 맨발로 디딜 때 나무의 촉감이 느껴지도록 했고 난간과 데크 사이 화분을 두는 공간을 마련했다.
외부 공간은 적절하게 나눠 주차장과 작은 정원으로 계획했다. 주차장과 정원 사이 사람 키만 한 벽을 세우되 영롱쌓기를 통해 적절한 시선 차단을 꾀했다. 도로 쪽의 기존 담장은 허물고 작은 화단을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