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지환 학생 인턴 글 & 자료. 요앞 건축사사무소 YOAP architects
제주도에서 평생을 살아온 건축주는 세 아이와 함께 어릴 때 살던 제주 중산간의 선흘리로 이사할 계획을 세웠다. 건물의 용도는 가족이 거주할 단독주택과 함께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민박을 계획했다. 한라산을 등지고 멀리 바다를 내다보며 언덕과 귤밭이 인상적인 대지에 자연이 배경이 되고 건축이 무대가 되는 작은 놀이동산을 상상했다.
아이들에게 집이라는 공간과 여행지에서 만나는 새로운 공간은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어른이 느끼는 공간감과 아이들이 느끼는 공간감은 어떻게 다를까? 건축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으로 건축은 진행되었다.
단지에 들어섰을 때 보이는 건물의 입면은 개구부가 적은 콘크리트 벽면이 담처럼 길게 형성돼 외부(현실)와 공간을 가르는 듯하다. 진입로를 따라 양쪽으로 갈라져 보이는 단독주택과 농어촌 민박의 출입구는 콘크리트 벽면의 수직라인 패턴과 동일하게 계획해 마치 벽을 열고 다른 세계로 들어서는 듯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보통 민박의 체크인 시간이 오후 네시인 점을 고려해 방에 들어섰을 때 부채꼴 형태의 큰 창들을 통해 오후 햇살이 길게 들어올 수 있도록 남서쪽으로 긴 면이 형성되게 건물을 배치했다. 문을 열었을 때 공간의 중심을 차지하는 수영장에 햇빛이 비쳐 반짝이며 약간은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첫 인상을 주고자 했다.
내부 공간은 침실과 화장실을 제외하고는 모든 공간이 한 눈에 인지된다. 놀이공간, 거실, 식당, 부엌 등의 공간이 경계 없이 한 공간을 이룬다. 공간을 규제하거나 동선을 통제하지 않고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자유롭게 행동하며 다양한 행위들이 일어나길 바랐다.
민박동을 통해서 외부로 나가야만 마주할 수 있는 건물의 정면은 진입할 때 마주하는 건축물의 인상과는 다르게 풍부하다고 동화적으로 표현된다. 건물의 지붕선은 곡선을 살린 박공 형태로 산·파도·바람 등 자연을 연상시킨다. 건물의 표면은 목공 각재를 이용해 콘크리트에 수직 패턴을 적용하였는데 돌담이나 현무암 등에서 느껴지는 거친 질감을 표현한다. 삼각 형태의 건물의 조형은 코너부를 둥글게 하여 모서리를 없앴는데 콘크리트의 수직 패턴이 곡면을 부드럽게 타고 넘어가며 건물이 면의 결합이 아니라 하나의 완결된 형태로 느껴지게 한다.
각 호실 앞에는 돌담으로 둘러싸인 반원형의 전용 마당이 있고 그 너머에는 배치의 중심이 되는 ‘모여 마당’이 펼쳐진다. 제주도 특유의 지형인 오름의 형상을 본뜬 야트막한 언덕으로 아이들이 오르내리며 뛰어노는 모습을 상상했다. 언덕 위에는 바람을 표현하는 갈대류 식재를 능선을 따라 식재하고 중앙에는 나무 한 그루를 심었는데, 각 호실의 거실 큰 창에서 봤을 때 부드러운 언덕의 곡선 위로 넓게 펼쳐진 하늘과 한 그루의 나무를 프레임 안에 담고 싶었다.
주택동은 민박동과 동선이나 시선이 겹치지 않게 45도를 틀어서 남향을 바라보도록 배치했다. 주택의 진입은 단지 진입로에서 가장 깊숙한 위치에 있다. 민박동과 마주하는 면에는 최소한의 개구부만을 계획하고 다용도실에서 외부로 나갈 수 있는 동선을 계획해 관리의 효율을 고려했다.
주택동의 오픈된 공용 공간에서 중심을 차지하는 것은 주방이다. 주방에서 거실과 식당, 다락, 침실로 이르는 넓은 복도 겸 아이들의 독서 공간 등 주택의 모든 공간이 한 눈에 인지된다. 남쪽으로는 독립된 정원을 갖도록 평면을 계획하였는데 모여 마당의 언덕 지형에 의해 완벽히 시선이 차단돼 거실과 식당 전면에 큰 창들을 계획했음에도 시선의 간섭이 없다. 덕분에 아이들이 거실과 마당을 오가며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
두 가지 기능을 갖춰야 했던 선흘아이는 민박동과 주택동이 각각 삼각형 형태의 평면으로 전면을 길게 확보하고, 건물 규모에 비해 큰 면을 형성해 두 건물이 이어지듯 대지에 펼쳐지며 제주도 중사간 지형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완성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