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정경화 글 & 자료. 스튜디오 모티프
커피를 온전히 즐기기 위한 배경이 되는 공간
Komfortabel은 독일어로 ‘안락한, 편안한’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클라이언트는 그 이름대로 핫플레이스이기보다는 커피를 좋아하는 남녀노소 모두 부담 없이 질 좋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의뢰했다.
일반적으로 공간은 흥미로운 콘셉트를 정하고 이를 구현하는 순서로 설계하지만, 이곳은 디자이너의 의도가 한눈에 읽히지 않기를 바랐다. 콘셉트가 없는 공간이 되는 것, 그래서 공간 자체보다는 마시고 있는 커피의 맛과 향, 마주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작업이 핵심이었다. 과한 공간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지 않으면서 편안하고 차분한 장소가 되고자 했다.
현장에 자리해 있던 한옥은 오랫동안 유지보수를 거치며 제멋을 잃어버린 모습이었다. 연면적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노력이 덧대어지면서, 한옥의 흔적은 사라지고 오래된 일반 주택의 모습만 남아 있었다.
낮은 층고도 문제였다. 답답한 공간감을 개선하기 위해 입구 쪽 1평 정도의 공간을 처마 공간으로 계획하고 유리 벽을 설치해 안팎의 경계를 가볍게 했다. 외벽을 철거하면서 실내로 자연광이 풍부하게 흘러 들어왔고, 낮은 층고는 답답함이 아닌 아늑함이 느껴지게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다운 재료
소재는 ‘본(本)재’라는 기준 아래 선정했다. 본재는 우리가 정의한 개념으로, 인공적이거나 화학적인 재료가 아닌 목재나 석재, 벽돌, 금속처럼 좀 더 자연에 가까운 자재를 의미한다. 그 자체로 생명의 감각을 갖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흔적이 쌓이면서 자연스러운 멋이 더욱 두드러지는 ‘시간을 머금은 재료’다. 자극적인 요소는 최대한 배제하고 이들 소재 자체의 고즈넉한 감각으로만 채웠다.
외벽 파사드는 종석미장으로 마감하고, 실내에는 라왕합판, 벽돌과 같이 따뜻한 소재를 사용했다. 가구와 카운터 상판은 공간의 배경이 되는 라왕합판보다 느낌이 부드러운 자작합판으로 제작했다.
카운터는 로스팅한 원두가 빼곡히 쌓여있는 이미지를 표현했다. 호두나무의 마구리 부분은 결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부드럽고, 짙은 갈색이라 원두의 이미지와 닮았다. 마구리가 전면에 보이도록 쌓고 모서리는 핸드그라인더로 샌딩해 손길이 닿은 자연스러운 느낌을 냈다.
현장 철거를 하며 드러난 철재 기둥은 그동안 구조 보강을 하면서 기울기도 맞추지 않은 채 시공해 제멋대로의 모습으로 천장을 받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양새가 자연스럽고 강한 인상을 풍겨 그대로 노출했다. 실내를 주로 채우는 목재와 대비되며 균형을 잡아주었고, 한 쌍의 기둥은 스탠딩 테이블의 구조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프로젝트를 작업하는 내내 디자인스러움을 배제하고 소재와 분위기로 사용자들에게 천천히 스며드는 것을 추구했다. 아마도 이곳에서 구현하고자 했던 감각은 ‘자연스러움’이 아니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