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정훈 글&자료. 노드아키텍스 건축사사무소
“저는 이 동네가 좋은데 다들 집을 팔고 떠나고 있어요. 새로 들어오는 집들은 동네를 삭막하게 만들고요. 만약 집을 짓는다면 우리집 덕분에 동네가 밝아지면 좋겠어요.”
우이동에 사는 건축주는 인근에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을 알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살 만한 집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동네를 떠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많은 주변 사람이 말렸지만 결국 살던 집을 철거하고 새 집을 짓기로 마음을 먹었다.
설계의 시작, 비워 놓기
건폐율 60%, 이격거리, 주차대수, 조경. 이 모든 것을 만족하려다 보면 대지의 전부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 도심지 주거의 현실이다. 이것들을 채운 후에 남은 공간을 두고 그것을 ‘비워놓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이동집의 설계는 애초부터 비우고 시작했다. 남측에 도심 주거 공간치고는 꽤 큰 규모로 마당을 위한 공간을 비워 놓았고 마당이 필로티 하부로까지 확장될 수 있도록 했다. 북측의 주차장과 시각적으로는 연계되지만 물리적으로는 분리될 수 있도록 담장 높이를 세밀하게 조정하였다.
마당을 만들기 위한 오랜 고민이 마무리되고 나니 내부 평면에 대한 계획이 수월하게 풀렸다. 넓지 않는 면적이지만 부모님과 자녀가 있는 가족에게 세대별 맞춤 평면을 마련해 주고자 했고 각 세대의 창문은 주변 풍경을 다채롭게 담아낼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또 다른 마당, 옥상 정원
우이동집의 옥상은 이 집의 또 다른 마당이 되어주었다. 옥상은 북쪽으로 안산, 서쪽으로는 인왕산의 풍광을 담아내고 있다. 계획 당시에는 1층 마당을 주로 사용할 것으로 생각하며 설계를 했지만 막상 건물이 지어지고 나서는 설계를 한 건축가도 건축주도 1층 마당보다 옥상 마당을 더 편애하고 있다.
첫 계획안은 박공으로 된 다락이 있는 집으로 계획을 했었지만 건축심의로 인해 박공지붕을 만들지 못하고 평지붕의 옥상을 만들게 되었다. 당시에는 안타까웠지만 지금은 박공지붕의 다락보다 옥상을 만든 것을 되레 다행이라 여기고 있다. 조경설계사무소 안팎와 협업하여 1층 마당과 옥상 정원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