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정훈 글&자료. EVBR 스튜디오
한옥 스테이 ‘예린당’은 왕복하는 차들과 골목을 즐기러 오는 이들로 붐비는 체부동의 한 골목에 위치한다. 현장은 불과 스무 걸음 남짓한 거리 차이로 상반된 분위기를 지닌다. 시끌벅적한 길목, 불규칙하게 놓인 한옥이 만드는 정돈된 풍경, 이웃 간 정이 많은 거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이웃 주민들로부터 따뜻하고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다정한 골목에 작은 선물 같은 공간을 선사하고자 했다.
건축물이 놓인 거리는 다소 어둡고, 골목의 중간 지점이라 왕래 시 다른 이들과의 마주침이 잦은 편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한옥의 파사드에 박물관의 전시 개념을 차용했다. 현판의 위치를 우측 쇼케이스에 전시 형태로 쇼잉하고, 반대편 쇼케이스에도 골동품 등을 배치했다. 오가는 이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공간으로 향하도록 해 소통의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공간에 더해진 조명은 야간에 어둑한 골목을 비추며 가로등과 같은 역할을 한다.
휴식이 중요시 되는 스테이이기에 절제된 디자인으로 아늑함을 강조했다. 이에 화이트의 바탕에 어두운 계열의 목재(스테인, 무늬목, 마루)로 마감하고, 통일된 색채로 미니멀함과 절제를 강조했다. 각각의 장소에 앉거나 누워서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차경을 감상하게끔 창을 내 시선의 피로를 덜고자 했다.
사랑채에는 평상 역할을 할 수 있는 붙박이식 가구를 배치하고, 소파 겸 침대로 사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은 데이베드를 두었다. 나란히 배치된 서까래, 기와의 와당瓦當에서 영감을 얻은 쿠션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