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이영은 학생인턴 글 & 자료. 쿠오타디자인건축사사무소 KUOTAA
‘예가 머무는 집’이라는 의미로 이름 지은 예유재는 건축주의 디테일한 요구사항들을 땅의 기운에 맞춰 자연스럽게 엮어내는 것으로 시작됐다. 예유재가 위치한 땅은 마을에서 조금 높은 북쪽에 위치한다. 남측의 빛이 잘 들면서, 서측으로는 마을 교차로로 인해 시각적으로 트인 형세를 가지고 있었다. 즉 전면도로와 진입도로가 서측으로 연결되어 있는 형상이었다.
남측으로 약 1미터 정도의 높이차를 두어 적당한 조경만으로도 충분히 아늑한 마당을 구성하였다. 마을의 동선상에서 노출될 수 있는 건물의 서측, 옆집과 붙은 동측으로는 과감히 개구부를 최소화하여 외부 노출을 줄이고, 서측의 낮은 동선으로부터 발생하는 시각적 간섭을 막기 위해 전체적인 건물 형상에 맞춘 캐노피를 길게 돌출시켰다.
필지가 가진 장점은 살리면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작고 단순한 매스로 설계했는데, 이는 2개의 주요한 특징을 가진다. 하나는 입구 서측 코너의 두꺼운 기둥이다. 이 기둥 내부에는 택배함과 우편함, CCTV, 투광등이 설치되어 있고 두꺼운 기둥이 담장과 한 덩어리로 붙어서 트여있는 서쪽의 형세를 강조하는 기능적인 역할을 한다. 다른 하나는 캐노피에 있는데, 필지의 서측 도로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건물과 직접 면하지 않도록 주차장의 캐노피를 지붕의 재료와 각도에 맞춰 설치함으로써 시각적 완충 효과도 의도하고자 했다.
예유재의 외관은 건축주가 고른 고급스러운 재질의 붉은 벽돌로 마감했다. 미색의 뿜칠로 마감한 전면의 캐노피와 발코니, 큰 캐노피의 안쪽면은 아침과 저녁에 유입되는 낮은 빛을 집안으로 반사시킨다. 수직 광선반의 역할을 의도한 이런 마감을 통해 집 안 깊숙한 곳까지 햇살이 스며들 수 있도록 했다.
특이한 것은 전면의 전동 게이트와 낮은 벽돌담장이다. 이는 차량 진출입구를 대문 없이 출입하기를 희망한 건축주의 바람에서 비롯됐다. 다소 생소한 듯 하지만 낮고 단단한 성벽 같은 분위기를 품게 되었다.

‘예’에 대한 건축주의 생각, 사상이 공간으로 잘 나타났길 바라며, 해가 갈수록 아름다운 기억과 추억이 깃드는 장소가 되길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