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정훈 글&자료. 건축사사무소 사무소아홉칸
귀여운 유치원생 아들과 함께 한 부부가 찾아왔다. 부부는 아이를 갖기 전 양평에서 주로 데이트를 했고, 양평의 매력에 반해서 서울에서 이사 와 주택 생활을 했다. 아이를 키우며 친구들을 사귀고 육아 정보를 나누다 보니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하는 이들이 직접 만든 주택 단지와 연이 닿았다. 부부는 첫 주택 생활의 아쉬운 점들을 보완하고 초등학생이 되는 아들과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집을 원했다. 무엇보다 답답하지 않고 건강하고 합리적인 집을 바랐다.
대지는 용문산과 남한강 사이, 남동향으로 경사진 주택 단지 가운데에 위치한다. 남쪽으로 마을의 풍경이 펼쳐지는 이 주택 단지는 세심하게 기획된 마스터플랜의 결과물이다. 모든 집이 동일한 외장재를 사용해 일관된 톤 앤드 매너를 유지하고 있기에 외향을 우선하기보다 내부 공간 구성과 기능을 충실하게 고려해 설계를 진행했다. 합리적 디자인이 형태에도 자연히 영향을 주어 결과적으로 마을의 풍경에 약간의 유연한 표정을 더할 수 있는 집이 되길 바랐다.
‘유연재裕軟齋’는 여유로움과 부드러움이 머무는 집이라는 뜻이다. 1층은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식탁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식탁 앞으로는 넓은 창을 통해 남측 마당이 보이고 뒤로는 아일랜드식 주방, 조리 공간은 안쪽에 숨어 있다. 식탁 공간이 여유롭고 개방적인 볼륨을 갖도록 천장을 2층까지 개방해 가족 간 소통이 원활하도록 했다. 깔끔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을 주고자 아일랜드 주방과 벽면 일부는 오크로 마감했다.
아이방 역시 1층 남쪽에 배치해 마당과 채광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아지트로 쓸 수 있는 자작나무 평상과 벙커 스페이스를 만들어 집에서의 기억이 아이에게 오래 남길 바랐다. 2층은 마을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남쪽에 가족실을 두고 부부의 침실은 프라이버시와 숙면을 고려해 안쪽에 두었다.
지붕은 볼륨이 과하지 않도록 했다. 이에 박스 한쪽이 눌린 듯한 형태에서 착안, 서로 다른 방향의 두 경사 지붕이 만나게끔 했다. 지붕골 또한 경사지게 하되 매입 물받이를 설치해 적극적으로 빗물을 유도했는데, 통기층 각재에 엇갈리게 각재를 올려 원활한 통기와 물받이 깊이를 확보했다. 물받이 끝은 외벽보다 돌출되어 강우량이 많아도 외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남쪽 마당을 마주한 툇마루와 현관문 앞문 여는 공간은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 비가 와도 이용할 수 있다. 남측 창에 설치된 알루미늄 차양은 한여름 일사량 조절을 위한 건축 장치이자 아이방과 가족실의 존재를 드러내는 디자인 요소다.
패시브 주택 인증 과정에 포함된 설계 컨설팅을 받아 필요한 만큼의 성능을 구현하도록 했다. 한국패시브건축협회에서 인증받은 전문 시공사와 함께 설계 시 검토된 자재를 정해진 시공 방식에 준하게 시공했고, 의도한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한 긴밀한 협업이 이루어졌다. 이로써 주택 단지의 첫 번째 패시브 인증 주택이 된 유연재가 좋은 이웃과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여유로움과 부드러움이 머무는 집이 되길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