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츠 한센이 말하는 ‘공간을 음미하는 방법’

이수현 프리츠 한센 한국지사장과 이주희 빅라이츠 대표 QnA
©Fritzhansen
에디터. 김윤선  글 & 자료. 프리츠 한센

 

프리츠 한센은 1872년 덴마크에서 설립된 이래 가구와 조명 분야에서 품질 및 장인 정신, 아름다움에 대한 열정으로 현대적인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해 온 프리미엄 리빙 브랜드다. 코펜하겐, 샌프란시스코, 밀라노, 도쿄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포함 85개국 이상 약 2000개 지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프리츠 한센은 줄곧 가구 하나로도 특정 공간이나 건물 전체가 아름답게 채워질 수 있으며, 나아가 그 공간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믿어 왔다. 서울 한남동의 한 벽돌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지난 11월 12일 정식 오픈한 프리츠 한센 라운지는 그들이 말하는 ‘가구 하나가 공간에 일으키는 변화’를 몸소 보여준다. 

 

ⓒFritzhan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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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 한센이 라운지 정식 오픈 소식과 함께 이수현 프리츠 한센 한국지사장과 이주희 빅라이츠 대표와의 QnA를 보내왔다. 가구뿐 아니라 식음료와 함께하는 공간을 만든 배경과 프리츠 한센이 생각하는 오늘날 쇼룸 공간의 역할은 무엇인지, 가구와 와인, 더 나아가 공간을 제대로 음미하는 방법을 제안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이 계절, 당신의 삶과 공간에도 기분 좋은 향기로 함께하기를.

 

Interview #1

가구가 살아 있는 쇼룸
| 이수현 프리츠 한센 지사장

종종 쇼룸에서 만나는 가구는 생기가 부족해 보인다. 사용하는 생활용품이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오브제이기 때문이다. 반면 쇼룸 겸 오피스 공간으로 구성된 프리츠 한센 라운지 1층의 가구들은 생생하게 살아 있는 듯 보인다. 단순한 진열이 아니라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경험하기 때문이다. 방문하는 클라이언트도 같이 앉아 미팅하며 생활 속 존재로서 가구를 만난다. 이수현 지사장 역시 쇼룸의 테이블에 앉아 업무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이수현 프리츠 한센 지사장 ⓒFritzhansen

 

프리츠 한센 라운지를 오픈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수입 가구 시장에서 일해오면서 누구든 좋은 가구를 쉽게 접하고 구매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프리츠 한센은 꾸준히 매장을 마련하고 정비해왔고 일반 소비자와의 접점은 어느 정도 구축이 됐습니다. 하지만 B2 B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 건축가, 디자이너 등의 클라이언트와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제품을 보여줄 만한 공간이 필요했고 그것은 일반 매장이 아니어야 쇼룸이어야 했어요.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과 철학을 명징하게 보여줄 수 있는 곳이어야 했습니다.

 

식음료 분야, 그것도 내추럴 와인을 접목해 브랜드 공간을 만든 점이 독특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내추럴 와인 시장이 최근 몇 년간 급성장했지만 덴마크에서 내추럴 와인은 이미 오래전에 자리 잡은 하나의 식문화입니다. 프리츠 한센은 상해, 싱가폴, 도쿄 등 다른 나라에서도 가구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라운지와 같은 공간을 마련해왔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람들이 가장 쉽게 경험할 수 있는 미식 문화, 그중에서도 역사와 가치가 살아 있는 내추럴 와인과 접목한 것이고요. 특히 내추럴 와인은 오랜 역사, 제작 과정의 자연스러움, 만드는 사람의 철학이 배어난다는 점에서 프리츠 한센과 닮아 있어요. 또한 앞으로 프리츠 한센 코리아는 건축, 디자인, 인테리어 분야의 클라이언트와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나갈 계획이므로 2층의 두 공간을 통해 좋은 예시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1층 쇼룸과 오피스 공간을 꾸미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보통 새로운 매장을 오픈할 때 본사 VMD가 기본적인 공간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매장은 판매를 위한 공간이다 보니 한국 사람이 선호하는 색이나 취향에 맞게 공간 구성이 점차 변형됩니다. 물론 이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만, 이곳은 되도록 프리츠 한센이 추구하는 본연의 색깔을 그대로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입주할 건물을 찾는 일부터 협업할 식음료 공간 선정, 공간 구성까지 다리오 레이크르 아시아 대표와 긴밀히 의논했고, 본사 VMD 팀과도 회의를 통해 가장 적합한 공간 디자인 안을 구현해나갔습니다. 기둥이 많고 층고가 낮은 건물이라는 변경 불가능한 제약이 있었는데, 도리어 이런 점을 활용해 기둥을 중심으로 공간을 분리해 꾸몄어요. 그 덕분에 다양한 스타일의 비즈니스 공간 및 휴식을 위한 4개의 라운지를 연출할 수 있었습니다.

 

ⓒFritzhansen

 

가구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요?
아르네 야콥센의 에그Egg 체어, 스완Swan 체어, 폴 키에르홀름Poul Kjaerholm 의 PK 시리즈 등 프리츠 한센을 대표하는 제품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일반 매장과 비슷하지만, 그 외에는 주로 B2B 비즈니스에 적합한 모델, 프리츠 한센의 역사성과 정신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제품을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쇼룸에는 스테디셀러인 테이블 시리즈Table series 중 업무용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익스텐션 모델, 디자이너 비코 마지스트레티Vico Magistretti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2020년 출시 된 비코 듀오Vico duo 체어, 하이메 아욘의 따뜻한 감성이 드러나 있는 루네Lune 소파, 뉴욕 시티 프로젝트인 VIA 57 웨스트 빌딩을 기념해 만든 제품인 비아Via 체어 등을 이용해 다양한 스타일의 업무 공간과 휴게 공간을 연출했습니다. 오피스 공간에도 그간 공식 매장에서 선보이지 않았던 제품 등이 다채롭게 연출되어 있습니다. 가구뿐 아니라 아티스트 국화Kukhwa의 판화, 포토그래퍼 김재훈의 사진 등 프리츠 한센 코리아와 협업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배치함으로써 딱딱하지 않은 업무 공간을 연출했고요. 쇼룸과 오피스는 분리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양쪽 모두 업무나 미팅 공간으로 직원과 클라이언트가 유기적으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북유럽 가구 하면 두루뭉술하게 묶어 생각하기 쉽습니다. 프리츠 한센만의 특징을 설명해주신다면요?
프리츠 한센은 정직한 브랜드입니다. 자기 입장을 편안하게 하기 위한,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한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제품 자체가 그들이 말하는 그대로입니다. 그만큼 자부심도 강합니다. 150여 년이라는 오랜 역사, 쉽게 타협하지 않고 올곧게 이어온 타임리스 디자인과 크래프트맨십이라는 가치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프리츠 한센의 에그 체어는 가격이 높기로 유명하지만 거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유럽에서 생산되는 가죽 중에서도 상위 1%에 속하는 것만 사용하거든요. 깐깐하게 고수해온 품질, 변치 않은 디자인에 대한 믿음, 그걸 만드는 사람의 철학이 단단하게 배어 있습니다.

 

ⓒFritzhansen

 

쇼룸은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곳 역시 새로운 방식으로 가구를 보여주는 공간이고요. 오늘날 쇼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쇼룸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판매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기에 보통은 매장을 곧 쇼룸이라 부르기도 하고, 가구를 최대한 많이 채우기도 합니다. 쇼룸은 그 브랜드의 제품을 ‘많이’가 아니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자 소비자에게 영감을 주는 곳이어야 합니다. 숍은 숍대로 브랜드 홍보 공간은 공간대로 각각의 공간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추구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프리츠 한센 라운지의 쇼룸은 공간을 만들어내는 최전선에 있는 인물들인 건축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이자 다양한 문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Fritzhansen

 

Interview #2

가구와 맛을 함께 음미하는 법
| 이주희 빅라이츠 대표

내추럴 와인계의 1세대로 불리며 손님의 내밀한 취향에 맞춤한 와인 셀렉션을 선보여온 빅라이츠Big Lights가 올해 5월 프리츠 한센 라운지 2층으로 이전해 새로운 공간을 열었다. 또한 가게 바로 옆에는 와인 숍이자 글라스로 내추럴 와인은 맛보고 커피를 즐길 수 있는 ‘테투Tetu’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빅라이츠의 이주희 대표에게 프리츠 한센 가구로 채워진 두 공간의 매력, 그리고 가구와 와인을 음미하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테투’를 운영하고 있는 아티스트 국화(좌)와 이주희 빅라이츠 대표가 함께 포즈를 취했다. ⓒFritzhansen

 

두 공간은 내추럴 와인을 키워드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떤 공간인가요?
빅라이츠는 서울에서 제일 먼저 문을 연 와인 바입니다. 제철 재료를 이용해 오직 장작과 숯만을 사용하는 스페인의 피라Pira 오븐으로 조리한, 훈연 향이 가득한 메인 요리를 선보이며 내추럴 와인과 잘 어울리는 메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티스트 국화가 운영하는 테투는 내추럴 와인을 좀 더 캐주얼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카페 겸 내추럴 와인 숍입니다. 빅라이츠가 마치 하우스 파티가 열린 것처럼 유쾌한 분위기라면 이곳은 조금 더 조용히, 조금 더 편안하게 와인을 마실 수 있습니다. 와인 셀렉션이 비슷하기에 빅라이츠에서 맛본 와인을 테투에서 테이크아웃으로 할인된 가격에 사갈 수 있습니다.

 

프리츠 한센과 내추럴 와인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프리츠 한센은 오랜 역사와 명성을 지닌 브랜드입니다. 이제껏 디자이너와 쌓아온 신뢰 관계, 좋은 가구를 만들겠다는 결심, 지순한 노력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왔을 거예요. 내추럴 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티장artisan 와인’이라고도 부르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을 희생해가며 고집스러운 장인 정신으로 만듭니다. 메이커의 특징이 확실히 그 안에 담깁니다. 그래서 때로 어떤 와인을 마시다 보면 마치 하나의 예술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점이 바로 프리츠 한센의 가구와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결국 맛이든 물건이든 궁극의 무언가들은 다 통합니다. 그것을 창조해내기 위해 만든 사람이 들인 희생과 노력이 묻어납니다.

 

빅라이츠는 대기 공간에 놓인 라운지 체어를 제외하고 의자는 모두 그랑프리 체어 Grand Prix Chair를 사용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의자는 그냥 놓여 있을 때와 사람이 앉아 있을 때 느낌이 확 달라집니다. 레스토랑도 마찬가지예요. 비어 있을 때 예쁜 공간이 있고 손님이 꽉 찼을 때 예쁜 공간이 있거든요. 공간을 구성할 때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하죠. 앉았을 때 아름다운 의자, 채워졌을 때 아름다운 공간이기를 바랐습니다. 아르네 야콥센이 디자인한 그랑프리 체어는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의자입니다만 앉았을 때 그 뒷모습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누가 앉아 있든 사람과 의자가 이루는 선이 잘 어우러져 보였습니다.

 

그에 비해 테투의 가구 구성은 더 자유로운 느낌입니다.
테투를 운영하는 국화는 프랑스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돌아와 실험적인 사진 작업 및 드로잉 등을 선보이는 아티스트예요. 파리의 카페처럼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 이상의 문화 공간을 꿈꿨고, 격식을 갖춘 느낌보다 더 자연스럽고 인간미가 있는 공간이길 원했습니다. 아르네 야콥센의 닷Dot 스툴, 스완 체어, 넨도Nendo의 NO1 체어 등의 구성이 리듬감을 자아내 자유로운 느낌을 줍니다. 이곳은 무엇보다 글라스로 내추럴 와인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니까 그에 어울리죠. 테이블과 의자 등이 세팅된 후 카이저 이델Kaiser Idell의 램프 등 소품이 추가되며 공간의 분위기가 완성됐습니다.

 

테투 ⓒHungrymatty

 

식음료 공간에서 좋은 가구를 쓰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실제로 손님들이 좋아하는 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들에게 분명 좋은 경험이 되는 것 같아요. 쇼룸에서 10~20분 정도 짧게 가구를 경험하는 것과 이곳에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음식을 먹고 마시며 몇 시간씩 경험하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의자에 자세를 바꿔가며 앉아볼 수도 있고 테이블의 촉감을 만져보면서 느껴볼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습니다.

 

빅라이츠 ⓒHungrymatty

 

그밖에 공간을 구성한 가구나 소품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요?
엘리베이터 앞에 우리 가게의 단골이기도 한 하이메 아욘의 프레드Fred 라운지 체어가 있습니다. 각 테이블마다 놓인 캔들 홀더나 꽃병도 그의 디자인이에요. 세실리아 만즈Celicie Manz의 조명과 시즈 베르너Sidse Werne의 코트 트리Coat tree, 폴 매콥Paul McCobb의 조명 등을 두었고요. 빅라이츠와 테투 곳곳에는 국화의 사진과 드로잉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공간은 총체적인 요소로 완성됩니다. 좋은 가구, 좋은 음식, 좋은 와인과 함께 작품 역시 공간을 아름답게 구성하는 요소가 돼요. 다만 모두 좋은 것을 사용한다고 해서 그것에 과한 무게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이곳은 자연스럽게 내추럴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란 게 핵심입니다.

 

공간의 변화로 인해 운영하는 데 달라진 점이 있나요?
큰 변화는 없습니다만, 지금 생각해보니 이게 그 영향인가 싶은 게 있네요. 테이블이나 의자가 좋으니까 그에 맞춰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와인 잔을 좋은 것으로 바꿨어요.(웃음) 오스트리아의 마크 토마스Mark Thomas 제품인데요. 보통은 고급 와인 바라고 하더라도 사용하고 관리하는 데 편한 적당한 잔을 쓰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물론 와인을 즐기는 데 좋은 잔이 필수적인 것도 아니고 맛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때로 좋은 물건은 좋은 기분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잔 때문에 다시 찾아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니까요. 사람들이 프리츠 한센 가구를 찾는다면 그것도 비슷한 이유일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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