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에서 디자인으로

[브리크 X 렉터스: 학생들이 만난 건축가] ②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과 21학번 여소빈
글. 서다현 (연세대학교 일반대학원 실내건축학과)  진행. 석정화 브리크 에디터  자료. 여소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과 21학번) 

 

[브리크 X 렉터스: 학생들이 만난 건축가] 브리크는 올 하반기 건축교육플랫폼 ‘렉터스LECTUS’와 함께 학생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동행합니다. 함께할 방식은 ‘인터뷰’입니다. 학생들이 꿈꿔온 건축을 앞서 고민하고 또 실천해온 분들을 찾아가 그 이야기를 듣고 기록할 예정입니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학생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묻는 시간을 먼저 갖기로 했습니다. 왜 건축학과에 진학했는지, 지금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앞으로 무얼 하고 싶은지. 질문하는 사람도 학생이고, 답을 찾아가는 사람도 학생입니다. 그래서 매끄럽지 않은 질문도, 충분히 여물지 않은 생각도 그대로 담길지 모릅니다.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건축을 전공하는 청년들의 현재의 생각과 마음을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글 싣는 순서.
① 각자의 속도로 건축하기 — 국민대학교 건축학과 23학번 이승혜
② 구조에서 디자인으로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과 21학번 여소빈


 

레고로 집을 만들던 아이는 어느새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간을 고민하는 건축학과 학생이 되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여소빈 학생을 만났다. 건축공학과에서 건축학과로 방향을 바꾼 이유, 마감 앞에서 4일 밤을 새우게 만드는 원동력, 그리고 자신만의 드림하우스까지 물었다. 거창한 수식어 대신 레고를 만지던 손끝에서 시작해 지금의 도면 위까지 이어진 여소빈 학생의 현재를 따라가본다.

 

(왼쪽부터) 여소빈, 서다현 학생. 두 사람은 인터뷰에 앞서 더시스템랩 김찬중 건축가가 설계한 하우스 노웨어 서울을 함께 둘러봤다. 건축과 공간디자인을 전공하는 두 학생은 서로 다른 관점에서 경험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BRIQUE Magazine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건축학전공 5학년 여소빈입니다. 현재는 건축 설계를 공부하는 동시에 다양한 대외 활동과 취재를 통해 건축과 공간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졸업 설계를 앞두고 있어, 지금까지 쌓아온 관심과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어떤 건축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건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어렸을 때 레고를 좋아했어요. 주어진 도면대로 만드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그것보다 제가 생각한 평면대로 집과 방을 직접 만들어보는 걸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오빠에게 물려받은 레고에는 스타워즈나 성벽 같은 특정 형태를 만드는 부품이 많았어요. 근데 저는 그걸 그대로 조립하기보다 여러 부품을 조합해 저만의 집을 만들며 놀았다고 부모님께서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돌아보면 주어진 요소를 조합해 원하는 형태를 만드는 과정 자체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 관심은 건축으로 이어졌어요. 건축을 배우면서는 구조를 이해하는 일와 형태, 공간을 직접 구상하는 일 모두에 흥미를 느꼈어요. 그래서 입시 당시에는 구조와 디자인 중 하나를 바로 선택하기보다, 먼저 구조를 배우면서 제가 건축에서 더 끌리는 지점이 무엇인지 확인해보고 싶었어요.

 

주거 문화나 공간 라이프스타일에도 흥미를 가지시나요?

평소에는 건축 관련 게임인 심즈를 하거나, 나중에 혼자 살 집을 상상하며 가구와 인테리어를 찾아보는 걸 좋아해요. 단순히 예쁜 공간을 보는 것보다 ‘내가 이 공간에 산다면 어떻게 꾸밀까’를 상상해 보는 데 더 흥미를 느끼죠.

저는 밖에서 활동한 뒤 혼자 시간을 보내며 충전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생활하는 공간의 분위기와 구성이 일상에 큰 영향을 준다고 느껴왔고, 자연스럽게 공간과 가구 배치에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이런 관심은 제가 꿈꾸는 건축가의 모습과도 연결되는 것 같아요. 저는 외부 형태나 구조뿐 아니라 그 안에서 사람이 어떻게  생활하고 어떤 경험을 하는지까지 세심하게 고민하는 건축가가 되고 싶습니다.

 

©BRIQUE Magazine

 

건축학과로 전과한 이유 또는 다른 전공이나 분야를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신 적이 있나요?

건축공학과에서는 구조와 시공을 중심으로 공부했지만, 점점 디자인을 직접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 건축학과로 전과했어요. 특히 파빌리온 설계 수업에서 하나의 콘셉트을 공간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경험하며 건축학과의 매력을 느꼈어요.

만약 다른 전공을 선택한다면 공간디자인이나 인테리어를 공부해보고 싶어요. 건축과도 관련이 있고, 지금보다 작은 규모의 공간을 직접 설계해볼 기회가 많을 것 같아서요.

 

건축공학과에서 건축학과, 두 학과 사이에 큰 차이점이 있나요?

공학과에 있을 때는 미적인 요소보다 공간이 구조적으로 안전하게 설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공부했어요. 도면도 대부분 구조선이나 설비선을 중심으로 그렸고, 매스 구성을 바꾸고 싶어도 공간 활용 면에서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되면 교수님께서도 안 된다고 하셨죠. 물론 공학과에도 디자인 수업은 있었지만, 전과한 뒤에는 디자인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공간을 구상하는 과정이 저에게 더 잘 맞는다는 걸 느꼈어요. 

 

여소빈 학생의 작업 공간. 집에서 설계하는 시간이 많은 만큼, 컴퓨터와 침대의 거리를 가깝게 두고 동선을 최대한 콤팩트하게 구성했다. 작업하다가 바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설계한 공간이다. <이미지 제공 = 여소빈 학생>

 

인테리어나 공간 쪽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따로 있나요?

저에게는 건축과 인테리어가 항상 함께였던 것 같아요. 공간을 설계하면서도 그 안을 어떻게 꾸밀지까지 자연스럽게 함께 고민했죠. 다만 학교에서는 한 학기 안에 설계를 마무리해야 하다 보니 가구 배치나 내부 공간의 디테일까지 충분히 다루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방학마다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며 작업을 이어왔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있나요?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저는 저층부에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오픈 스페이스를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오피스나 뮤지엄, 근린생활시설의 저층부만큼은 사람들이 편하게 머물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졸업 작품은 안 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계신가요?

아직은 여러 주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어요. 계속 많이 고민했던 건 기술을 위한 공간을 만들 것인지,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만들 것인지였어요. 현실적으로 많은 학생이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 같지만, 제가 추구하는 방향은 결국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간이에요.

특히 AI 시대가 되면서 관련 오피스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그 공간 역시 결국은 사람의 효율을 위해 지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졸업 작품도 사람을 중심에 두는 공간을 주제로 풀어보게 될 것 같습니다. 

 

<이미지 제공 = 여소빈 학생>
<이미지 제공 = 여소빈 학생>

 

작업하실 때 영상이나 음악을 틀어놓고 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조용한 상태에서 하는 편인가요?

작업 단계에 따라 조금 달라요. 콘셉트를 잡거나 생각을 정리해야 할 때는 아무것도 틀지 않고 집중하는 편이에요. 반대로 방향이 정해지고 컴퓨터 작업이나 자료를 정리할 때는 드라마를 틀어놓고 작업해요. 

최근에는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를 다시 보고 있어요. 작업할 때는 새로운 드라마를 시작하지 않는다는 나름의 원칙이 있어서, 이미 봤던 작품을 오디오처럼 틀어놓고 작업하는 편이에요. 졸지만 않을 정도로요. (웃음)

 

밖으로 나가서 작업해야 하는 카공족인가요, 아니면 방에서 편하게 작업하는 집콕족인가요?

저는 둘 다 하는 편이에요. 학교에 설계실이 있어서 아침과 낮에는 학교에 가서 작업하고,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와 새벽까지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데스크탑은 집에 두고, 학교에서는 노트북으로 원격 작업을 합니다. 대부분 친구들은 학교에서 밤늦게까지 작업하지만, 저는 오히려 혼자 있을 때 더 집중이 잘되는 편이에요. 분위기에 쉽게 휩쓸려 친구가 놀자고 하면 같이 놀게 되거든요. 

 

작품명 ‘ROBOTICS HUB CENTER’ (오피스 설계_저층부 오픈 스페이스 공간) <이미지 제공 = 여소빈 학생>

 

보통 시험을 볼 때 건축 관련 실기 말고도 필기시험이 많이 있나요?

건축사 관련 과목도 있고, 부동산이나 건축 이론, 현대건축 이론, 건축 실무 과목도 있어요. 5년제 인증 과정은 이수해야 하는 과목이 정해져 있어서 그에 맞춰 수업이 진행돼요. 그래서 많은 학생이 시험 기간에는 벼락치기를 하는 것 같아요. 특히 마감과 시험이 겹치면 정말 힘든 것 같습니다.

 

건축학과도 팀 프로젝트가 주를 이룰 텐데 팀 프로젝트를 하면서 혼자 작업하는 방식이 걸림돌이 됐던 경험은 없나요?

보통 친구들과 함께 결정하거나 협업해야 하는 부분은 아침이나 낮에 미리 마무리하고, 저녁에는 각자 개인 작업을 이어갔어요. 그래서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마감 시즌에는 함께 작업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서 학교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어요.

 

마지막으로 살면서 해본 가장 긴 밤샘 경험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때 끝까지 버티게 해준 ‘생명수’ 같은 존재가 있었나요?

가장 오래 밤을 새웠던 건 공동주거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였어요. 큰 모형 두 개와 패널 작업, 레이저 커팅까지 모두 마감해야 해서 거의 4일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던 것 같아요. 오히려 마감이 닥치면 음료를 뭘 마시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이걸 끝내지 않으면 마감을 못 맞춘다’는 절박함 하나로 계속 버텼던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시험 기간과 마감이 겹쳤던 때예요. 밤새 작업한 뒤 시험 직전에 3시간 정도 벼락치기를 하고, 마스크와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시험을 보러 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미지 제공 = 여소빈 학생>
<이미지 제공 = 여소빈 학생>

 

만약 예산이나 제약 없이 자신만의 드림하우스를 만들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나요?

예산이나 제약이 없다면 한남동에서 한강이 보이는 3층짜리 주택을 짓고 싶어요. 1층은 정원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거실과 모임 공간으로 구성하고,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넓은 주방도 함께 두고 싶어요. 2층은 서재와 취미방처럼 조금 더 프라이빗한 개인 공간으로, 3층은 특별한 목적을 정해두지 않은 자유로운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습니다. 주차장은 지하에 배치하고, 창고와 함께 여유가 된다면 작은 헬스장도 만들고 싶어요.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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