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현대, 박현기 개인전 ‘I’m Not a Stone’ 열어

에디터. 김지아  자료. 갤러리현대

 

 

한국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박현기(1942-2000)의 회고전이 서울 삼청동 갤러리현대에서 지난 4월 21일부터 열리고 있다.
‘아임 낫 어 스톤(I’m Not a Stone)’전은 갤러리현대가 기획한 박현기의 세 번째 개인전으로, 1978년부터 1997년까지의 작업을 폭넓게 아우르며 창작 활동의 전환점이 되는 기념비적 대표작 10점을 엄선해 소개한다.

 

 

1942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박현기는 홍익대 서양화과에 입학해 이후 건축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1970년대 대구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통해 경제적 안정을 얻은 그는 실험적인 미술 작업에 몰두하며 이강소, 최병소 등의 작가와 함께 ‘대구현대미술제’를 창립해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이 국제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했다면, 박현기는 한국을 무대로 비디오 아트뿐 아니라 조각, 설치, 판화, 퍼포먼스,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전방위로 실험하며 도전적인 작품을 발표했다.

 

 

지하 전시장 초입에는 실재 돌과 인공 돌을 교차해 쌓은 세 점의 돌탑 작품이 있다. 1978년 서울화랑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돌탑 작품을 처음 발표한 이후 작가는 평생 돌을 작업의 주된 재료로 활용했다.

오랜 세월 하천과 그 주변을 구르며 자연 환경의 힘에 의해 다듬어진 투박한 모양과 질감을 가진 실재 돌과 합성 수지 특성상 조명을 받으면 속이 비춰 맑은 빛을 내는 인공 돌이 병치된 이 작품은 자연과 인공, 진짜와 가짜, 물질과 비물질, 사물과 사물 사이의 경계와 그 관계에 대한 탐구를 담고 있다.

 

 

전시장 1층에는 목재를 조립해 만든 <무제(ART)>가 있다. 1986년 인공갤러리의 개인전에서 발표한 <무제(ART)>는 관람객의 시점과 위치에 따라 작품과 공간에 관한 지각의 범위가 달라져 관조의 대상으로 존재하는 미술이 아닌, 관객에 의해 완성되는 작품이다.

회화와 건축을 전공하고 인테리어를 생업 삼아 작가 활동과 병행한 박현기에게 ‘공간’은 해석과 분석의 대상이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작가는 비디오 아트뿐 아니라 벽돌과 나무 등의 건축 자재를 사용한 공간 설치 작업에 몰두했다.

 

 

2층 전시장에서는 대표적인 비디오 아트작 ‘TV 돌탑’ <무제>와 <만다라>를 만나볼 수 있다. ‘TV 돌탑’은 기존의 돌탑 형태를 유지하되, 인공 돌의 자리에 TV모니터 화면 속의 돌을 배치해 실제와 화면 사이의 환영이 공존하는 생경함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쌓는’ 형태의 작업은 구조물의 축적과 닿아 있으며 이는 주거 공간, 신전, 제단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마치 고대의 돌탑처럼 인간을 내려다보는 듯 높게 쌓인 돌 영상과 실재 돌의 육중한 스케일과 존재감은 어둠 속에서도 공간을 장악한다. 

 

 

디지털 영상 편집 기술이 도입되던 1990년대 중반, 작가가 선보인 말년 대표작 <만다라> 연작 4점은 인간의 본능 행위와 종교적 도상이 합쳐진 비디오 작품으로, 그가 평생 질문한 인간과 자연, 우주의 근원, 존재에 대한 성찰과 숭고한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다.

‘비디오 아티스트’라는 수식에 가려진 박현기의 방대한 예술 세계를 살펴보는 이번 전시는 5월 30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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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I’m Not a Stone

일시. 
2021년 4월 21일(수) ~ 2021년 5월 30일(일)

장소. 
갤러리현대 (서울 종로구 삼청로 14)

관람료.
무료

관람시간.
화~일 10:00~18:00 

문의. 
02-2287-3500

홈페이지.
www.galleryhyundai.com